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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음주운전·헬멧 미착용… 규제가 능사?

28일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실효성 논란은 ‘진행 중’

작성일 : 2018-09-28 14:07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과 헬멧 착용의무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음주상태로 자전거를 몰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어 벌써부터 헬멧 착용 의무규정과 함께 유명무실한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첫째는 음주단속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다. 검문 전에 슬그머니 내리고선 운전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며 경찰과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로, 고주망태가 되어 경찰관 바로 앞에서 비틀거리며 타지 않는 이상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경찰력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인력부족으로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대신 마네킹에 경찰복을 입혀 세워두는 마당에 자전거 음주단속에 경찰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다.

 

경찰은 자전거 동호회가 주로 들르는 음식점과 편의점 등 특정 지역을 선별적으로 단속하거나 자전거 교통사고로 인해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와 음주운전 의심 신고 접수 시 등에 검문을 한정할 계획으로, 앞으로 2개월간 계도와 홍보활동을 펼친 후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서도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차라리 교통사고가 났을 때 음주운전이 확인되면 가중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운행 중에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낀 채 자전거를 타는 것 또한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인데 나중에는 이런 것까지 단속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 입법취지라면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은 야간 운행 시 전조등이나 미등 미설치에 단속과 처벌을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간에 발생한 자전거 사고의 치사율은 낮에 발생한 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3배가 높아 도로교통법 50조 9항에는 이미 ‘자전거 운전자는 밤에 도로를 통행하는 때에 전조등과 미등을 켜거나 야광띠 등 발광 장치를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단속을 적극 옹호하는 쪽에서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은 자동차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보행자 등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라는데 공감을 표한다.

 

특히, 자동차 음주운전과는 달리 자전거 음주운전은 기준치를 훨씬 넘더라도 범칙금은 3만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꼬집으며 3만원이 아니라 30만원 이상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처벌 수위가 외국 사례에 비하면 오히려 ‘솜방망이’라는 지적이다.

 

독일은 자전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1500유로(약198만원)이하의 질서위반금이 부과되고 자동차 운전면허까지 취소된다. 영국은 2500파운드(약370만원),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250달러(약30만원)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호주 역시 300달러(약26만원)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일본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만엔(약1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외에도 범칙금 부과가 벌금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을 안 하도록 하는 예방 효과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속을 의식해서라도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운전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속 효과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눈에 띈다. 오토바이 인도주행 단속 시행 초기에도 지금과 같은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는 인도를 다니는 오토바이가 많이 줄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음주운전 처벌과 더불어 이날 함께 시행이 예고되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헬멧 착용 의무화는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지난 21일 안규백 의원 등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착용 의무’를 ‘착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로 바꾼 것이 주요 변경 내용이다. 일단 의무 조항을 넣고 점차 처벌 규정을 도입하려는 계획이 틀어지는 모양새다.

 

동네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거나 공용 자전거를 빌려타는 등 매번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여론에 밀려 부랴부랴 법안 손질에 나선 것이다.

 

시민들은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입법으로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부경 행안부 장관 역시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은 국회가 만들었지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은 집행부가 받는다’며 헬멧 착용 법안에 대한 문제를 우회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실효성 논란의 대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차량 안전띠 미착용 시 처벌규정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되며 위반시 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택시 등 영업용 차량에서 운전사의 권유에도 승객이 착용하지 않는 경우와 안전띠가 없는 시내버스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 또한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2일부터 국립공원 ‘음주산행’ 단속이 시작된데 이어 각종 규제가 잇따르자 국민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음주로 인한 많은 범죄들이 ‘주취감형’ 받고 있는 현실에서 자동차 음주운전 등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대신 이 같은 각종 생활규제 법안이 시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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