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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주말마다 ‘축제 중’… 공무원은 ‘한숨’

“공무원도 쉬고 싶다” 對 “지역봉사 당연”, 엇갈린 시선

작성일 : 2018-10-01 17:32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며 각 지역에서 축제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공직사회가 공무원 동원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지자체가 저마다 특산물과 관광지를 알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아래 다양한 축제가 펼쳐지는 시기지만, 상당수가 토, 일요일 주말에 열리는 탓에 휴일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은 마냥 즐겁지 않다.

 

개인의 휴식과 여가를 중시하는 젊은 공직자들이 늘어나며 축제 동원을 당연시하는 공직사회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행사는 강원 정선군 ‘민둥산억새꽃축제’, 경기 포천시 ‘억새축제’, 전남 장성군 ‘백양단풍축제’, 경남 진주 ‘남강유등축제’, 충남 태안군 ‘모래페스티벌’, 강원 고성군 ‘명태축제’ 등 3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공무원노동조합은 집행부에 공문을 보내 ‘축제 및 행사에 부당한 동원 금지’를 요청했음에도 소속 공무원들이 축제에 개별 음식점 설치와 서빙, 철거 등에 동원되자 논란이 일어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일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울산시의회에서는 유사성 축제를 통폐합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발해 축제 본연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축제육성위원회 설치를 비롯해 지역 축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이달 중순 지역대표 축제를 앞두고 있는 전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남들 축제 구경하고 다닐 때 한쪽에서 국수 삶고 서빙하고 설거지 하는 기분을 아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오전 두 세 시간 가량 순수하게 어르신 등 주민을 위한 ‘봉사차원’의 서빙이 아니라 일부 축제 참가 식당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직원을 동원하는 것은 본업을 망각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이러려고 수 년 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나 하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해당 지자체 노조위원장은 “공무원들이 나서지 않으면 축제 진행이 안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평균 연령이 6~70대인 고령화된 군 단위 지역에서 축제를 하려면 직원들이 동원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축제준비위원회라고 있어도 제전위원장, 사무국장 등 몇 명 앉아있을 뿐이지 전체 프로그램 계획부터 예산집행까지 행사지원 전부 공무원이 사실상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축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난무하는 행사들을 통폐합하고 전문 인력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옛날부터 해온 행사이니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쉽지않다. 조용하다 못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 사회가 잠시나마 북적이며 활기를 띠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주관 부서장들의 이율배반적인 알력 다툼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

 

다른 축제를 없애는 것에는 찬성해도 우리 부서가 주관하는 축제나 행사 규모축소, 폐지 이야기라도 나오면 입을 다무는 것이다. 말단 공무원들이 주말이든 휴일이든 할 것 없이 행사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는 이유다. 당초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축제는 언감생심이다.

 

“아무리 강제력이 없는 선택적 참여라고 하지만 전 부서가 동원되는 마당에 저 혼자 쉬겠다고 나설 ‘강심장’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 공무원들의 푸념이기도 하다.

 

전북 임실군은 축제에 투입하는 공무원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종전까지 400여명의 직원들이 나섰는데, 예전보다 용역 비율을 높여 올해부터는 250여명 정도로 줄였다.

 

직원들의 불만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휴일 근무에 대한 보상도 명문화했다. 임실군은 축제 등 행사 주관부서를 비롯해 동원 공무원들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조례를 제정해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것인가, 대체휴무를 할 것인가 선택지를 놓고 많은 수가 돈 대신 ‘휴식’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용역업체에는 주로 주차관리나 안내, 교통통제 역할을 맡긴다. 임실군 공무원 노조 측은 “특히 교통 통제나 주차관리는 직원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나 방문객들과 마찰이 일어나기 쉬운 영역이라 외부 용역업체에 맡기면 주어진 역할만 ‘칼 같이’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입장에서 직원의 투입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뻔한 예산으로 용역업체 인건비를 감당하기는 무리인데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공무원이 나와서 거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남아 있는 탓이다.

 

집행부와 지역주민, 공무원. 같은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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