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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가 뭐길래…인증샷 열풍에 군락지 곳곳 ‘몸살’

사진 잘 나오려 밟고, 쓰러트리고…유행 이면에 아쉬운 시민의식

작성일 : 2018-10-17 17:35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핑크뮬리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군락지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마포하늘공원, 부산 대저생태공원, 경주 첨성대 등 소위 ‘핑크뮬리 성지’로 불리는 곳을 비롯한 군락지들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울타리를 넘어 풀을 밟거나 쓰러트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울산대공원이 몰려든 관광객들이 핑크뮬리를 짓밟는 일이 잦아지자 복구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낮은 시민의식이 남긴 흔적, 부끄럽지 않나요’라는 팻말을 세운 것이 알려지며 방문객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또 한 곳의 핑크뮬리 인증샷 명소인 경주 첨성대도 자구책을 마련했다. 주변 울타리를 줄로 두르고 관리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제지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이 같은 ‘소동’은 소셜미디어에서 분홍빛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인증샷이 유행인 탓이다. 대표적인 SNS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는 17일 기준 핑크뮬리 관련 게시물이 24만 8000개가 넘는다.

 

파스텔톤의 분홍빛 풀밭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는 이 ‘소소한 가을맞이’가 들불처럼 번지며 부작용도 심심치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아쉽다는 목소리다.

 

성지까지는 못되더라도 핑크뮬리가 있는 곳이라면 지역 내 작은 공원이나 소규모 군락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핑크뮬리를 식재한 전주 수목원. 다른 곳에 비하면 그야말로 손바닥만한 규모이지만 이렇다 할 핑크뮬리 군락지가 없었던 전북 지역에서 방문객들에게 좋은 촬영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 핑크뮬리밭도 이미 곳곳이 밟힌 흔적이다.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좁을 뿐만 아니라 못 들어가게 줄을 둘러놓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수목원 측은 ‘눈으로만 봐주세요’, ‘들어가시면 핑크뮬리가 아파요’ 라는 문구의 주의판을 여러 개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 지역에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핑크뮬리 밭 사이사이에 관광객을 위한 길을 낸 곳도 있다. 남원시가 조성해 올해 첫 개장을 한 핑크뮬리 군락지가 바로 그곳이다. 용정동 신생마을에 위치한 이곳에는 1헥타르(약3000여평)면적에 계단식으로 핑크뮬리가 펼쳐져 있다.

 

남원시는 방문객들이 밭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랑을 따라 길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지 보름 남짓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이곳 저곳이 훼손 되고 있다.

 

사람들이 발로 밟아 풀이 옆으로 누운 곳이 곳곳에 눈에 띈다. 시는 핑크뮬리 밭 중간 중간 짧은 문구가 적힌 ‘감성문구’가 인기를 끌며 방문객들이 주위에 풀들을 많이 밟고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원시 산림과 소민정 계장은 “길을 내놓았는데도 불구하고 훼손이 되길래 얼마 전 표지판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소 계장은 “항상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부러 이거 보러 온 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들어가지 마라 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곳곳에 설치된 감성문구도 사진 촬영 시 자연스레 뒤 배경으로 나올 수 있게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핑크뮬리는 같은 벼과 식물인 억새와 닮아 분홍억새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꽃 이삭이 쥐꼬리와 비슷해 ‘분홍쥐꼬리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핑크뮬리는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조경식물로, 4년 전 제주도의 한 생태공원에서 들여와 심은 이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앞 다퉈 핑크뮬리를 심기 시작했다.

 

2016년 순천만국가정원, 2017년 경주 첨성대 일대에 핑크뮬리 군락지가 조성된 것을 필두로, 전국 곳곳에 핑크뮬리 밭이 생기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32곳에서 핑크뮬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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