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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전주 궁전태권도, 송성원 관장

소통의 태권도 실천하는 태권도인

작성일 : 2015-10-27 16:38 작성자 : 박상호

 

두 명의 학생이 서로 보호구를 갖춘채, 매서운 눈빛을 교환한다. 그리고선 한 학생이 먼저 “엇!”하는 기합과 함께 발차기를 내지른다. 공격을 받아낸 학생은 보호구로 전해지는 충격에 잠시 주춤대지만, 이내 반격에 나선다. 그렇게 서로 공격을 주고 받으며, 몸에 열기가 더해져서인지 공격이 더욱 날카롭고 동작이 커진다. 겨루기가 곧 싸움이 될 듯한 기세다.

“갈려! 그만. 차렷! 상호 경례!”

이를 직감이라도 하듯 도복에 검은띠를 두른 관장이 서둘러 겨루기를 종료시킨다. 경례를 마친 두 학생이 서로에게 달려가 엉겨 붙는다. ‘결국 싸움으로 번지는구나’싶었지만, 웃음을 보이며 포옹을 나눈 후 서로의 도복 매무새를 다듬어 준다.

두 학생의 겨루기 시합이 끝나고 관원생들을 불러모아 앉힌 관장. 그러더니 자신도 도장 바닥에 앉아 아이들과 각자 보낸 오늘 하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기합 소리와 구령 소리가 넘쳐야할 태권도장은, 깔깔거리는 소리로 가득 메워진다.

‘기합 소리보다는 웃음소리를.’ 전라북도 전주시 평화동에 위치한 ‘궁전 태권도’ 송성원 관장의 철학이다.

잠시간의 휴식과 대화를 마친 관원들은 다시 일어서, 각자의 품띠를 바싹 조이고 우렁찬 기합을 내뱉는다.

이윽고 교육을 마친 후 대화를 나눈 송성원 관장은 피곤한 기색이 없어보였다. 오히려 아이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이들과 함께하다보니, 공감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 공감 능력이, 아이들을 이끄는 태권도인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라며 말하는 송성원 관장은 여전히 바쁘다. 관원생들이 다들 한 번씩 송성원 관장의 허리춤을 붙잡고 “관장님 안녕히 계세요”라며 도장을 나서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 태권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공감을 넘어선 동화(同化)의 단계에 이른건 아닐까.

아이들과 친숙하게 웃으며 교육 활동을 펼치는 송성원 관장의 태권도 철학은 어디에서 온걸까 새삼 궁금해진다. 무도인(武道人)이라 하면, 엄숙한 분위기와 강인한 모습을 내뿜기 마련인데, 송성원 관장이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큰 똑같은 아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묻는다. 원래 친근한 사람이냐고. 그러자 멋쩍게 웃으며 답을 하는 송성원 관장.

“유복한 가정에서 밝게 자란 것도 아니고, 애당초 웃음이 많은 사람도 아니에요. 다만, 어릴적부터 태권도를 통해 성취감을 느낀 적이 많거든요. 대회에서 입상했을 때나, 지금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칠때도 그렇고요. 흡족하다는 기분에 많이 웃게 되는 것도 있는데, 정작 이유는 다른데 있어요.”라며 말을 잠시 끊더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극복해 나가는 성취감을 알려주고 싶어서 종종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도장을 떠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전에, 또 무언가를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을 주기 전에, 제가 먼저 아이들을 이해하는게 필요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나서 아이들의 몸짓과 목소리에 귀기울였더니, 이 친구들이 ‘배움’보다는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더라구요.”라고 말하는 송성원 관장. 그리고나선 맞벌이 부모가 대다수인 요즈음 시대에, 가정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관장이 아닌 또다른 부모 역할을 하느라 정신이 없댄다.

“제가 가르치는 태권도는, 소통을 위한 태권도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관원생들과 함께 태권도를 하면서 애정과 관심을 나누고 있고, 어둡고 무겁기만했던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질 때마다 기쁜 마음에 저도 자연스럽게 웃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웃음과 함께하는 태권도를 가르치는 길을 걷게 되었고, 그게 철학이 됐습니다.”라며 말을 마친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제법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법하다. 태권도인의 길을 걸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밝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었는데, 송성원 관장 입에서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는 친구가 있는 반면,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채 어두운 곳에서 자란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친구를 사귀어 외로움을 달래고 싶은건데, 친해질 수가 없어요. 어떻게 친해지는지도 모르고, 정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나누지도 못하는 거죠.”

안타까운 표정의 송성원 관장은, 태권도장 한 켠에 걸린 관원생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도장에 그런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에 대한 주변 평가가 매우 안좋았어요. 학교 담임선생님은 폭력적이고 반항심이 강하다고 말하고, 주변 학부모들은 불량한 아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저 역시도 그 친구들을 도장에 받아 들이기 꺼려졌는데, 그래도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도보고, 제가 직접 겪어도보고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태권도로 소통했더니, 그 친구들의 어두운 표정이 점차 밝아지고, 웃기도 해요. 결국 애정이 필요했던 거죠.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줄 곳이 필요했었구요.” 그리고선 시선을 상장들과 트로피들로 옮기고 말을 계속 잇는다.

“재밌는게, 그 친구들이 태권도를 시작하고나서 주변의 평가가 확 달라졌어요. 담임 선생님마저 어떻게 아이들이 그렇게 변했냐고 물을 정도니까요. 그 친구들을 피하던 학부모들은 이제 같이 식사도 해요. 그렇게 문제아로 지적받던 친구들이 지금은 태권도로 소통하고, 친구를 사귀고, 정을 나누면서 생활해요. 그리고 전국대회, 전라북도 대회에서 상도 휩쓸고 있지요. 그 친구들이 지금은 제 자랑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어보인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흡족함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그렇게 입에 걸린 웃음을 지우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아이들을 가르칠 때가 된 송성원 관장. 아쉬운 마음에 농담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 했다.

“차라리 어린이집 교사를 하셨으면 더 어울리실뻔 했네요”라며 웃으며 말하자,

“그래도 태권도인인걸요. 태권도 위상이 전과 같지 않은건 아쉽지만,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를 알리면서, 교육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권도로 소통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제 자랑거리도 앞으로 더 늘어날테구요.”라며 답하며 허리를 굽혀 배웅 인사를 한다.


교육을 준비하던 아이들은 송성원 관장에게 달려와, 잠시 굽어진 허리춤에서 떠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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