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list

교육감·기초의원, 뭘 보고 뽑으십니까.?

자치단체장에 비해 관심 시들…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작성일 : 2018-06-08 17:25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그냥 당보고 뽑는 거지 솔직히 누가 시의원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뽑겠어요”

 

전북 전주시내 한 택시기사의 말이다. 그는 “택시 손님들 중에서 이번 선거철에 도지사나 시장 얘기하는 사람은 간혹 있어도 교육감이나 시의원 얘기하는 사람은 못 봤다”고 말했다.

 

6·13지방선거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8일,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교육감과 기초의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번에도 계속되고 있다. 자치단체장 선거에 비해 관심도나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매번 ‘깜깜이’ 선거 논란이 반복되는 탓이다.

 

전북 전주시 효자4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한 시민은 “봉사활동을 자주 하거나 주민들하고 평소 스킨십에 소홀하지 않았던 후보를 선택했다”며 “크게 눈 여겨 본 다른 후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홍보물이나 언론 등을 통해 다양한 후보들의 공약이나 토론 등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던 또 다른 시민은 “시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아무래도 기초의원들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장하고 같은 당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며칠 전 집으로 배송된 선거공보물을 보기는 했지만 내용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기초의원을 도지사나 시장 등 단체장과 ‘패키지’로 묶어서 투표하는 시민이 있는 반면, 이와 반대로 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다른 당으로 선택했다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온 가족이 함께 사전투표 하러 나왔다는 한 시민은 “시의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시의원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도지사와 시장을 잘 견제하고 감시하라는 뜻에서 시·도의원은 일부러 다른 당 후보를 찍었다”고 답했다. 단체장 후보에 대한 소위 ‘비판적 지지’로 보이는 표심이었다.

 

이 날 사전투표소를 찾은 많은 시민들이 기초의원 자체의 공약이나 경력 등 후보 개인의 면면보다 정당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로변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한 시의원 선거운동원은 “이 후보의 공약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어서 지지하게 됐다”며 “시민들도 조금만 관심을 더 갖고 우리 동네를 위해서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는지 눈 여겨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며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기초의원 선거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지방자치제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데 시민들의 이 같은 무관심이나 정당 위주의 투표가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와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80명이 넘는다는 이번 선거 ‘무투표당선자’들이 바로 그 폐해라는 주장이다. 이들 중 60여명에 가까운 후보들이 기초의원이다.

 

시민들이 거대 정당 위주로 쏠리다보니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진영에서는 아예 후보조차 내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무투표당선은 공약 검증은 고사하고 병역·전과·재산 등 후보에 대한 기초적인 자질 검증조차 전혀 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 중 40% 가까운 후보들은 전과가 있고, 이 중에는 뇌물이나 횡령 관련 범법자, 세금 체납자 등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들도 포함돼있다.

 

최소한 이런 후보에게 지역 곳간을 맡겨 사리사욕을 채우고 세금만 축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 예산은 총 193조 1532억원으로, 전체 국가예산의 48%를 차지한다. 전체의 절반 가까운 예산을 지방의원들이 다루는 셈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역할은 예산이나 재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16년 조례를 통해 지하철역 출입구 10m이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했다. 역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으레 담배를 물었던 시민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렇듯 지방의회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지방의회가 바로 기초의원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지역마다 경제규모도 다르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요구사항도 달라 민생과 직접 연결되는 기초의원들의 옥석부터 가려내야 지방분권 시대의 제대로 된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이 국가적 중대사나 국정 전반을 다룬다면, 지방의원들은 해당 지역의 살림살이와 밀착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기초의원들은 주민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듣고 이를 반영해 조례를 만들거나 고치거나 없애는 일을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것도 큰 역할이다.

 

시·군 단체장을 감시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사업이나 대형 민간사업도 바로 이 지방의회를 거쳐야 최종 결정된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세비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광역의원 5743만원, 기초의원은 3858만원으로 평균연봉으로 치면 결코 적지 않은 봉급이다.

 

고용주인 시민들이 이렇듯 많은 월급을 주는 직원을 이력서도, 면접도 안보고 채용하는 셈이다.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은 기초의원 뿐만이 아니다.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 역시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여론조사 응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당 대결 구도가 잘 형성되지 않고 학부모 등 교육 이해 당사자가 아닌 유권자도 많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투표용지마다 후보들의 순서를 번갈아 배치하는 고육책도 나왔다. ‘로또 교육감’을 막기 위함이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손에 쥐는 예산은 연간 60조원이 넘는다. 이들이 승진이나 전보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교원 수는 모두 37만명에 이른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교육부 장관보다 어쩌면 교육감이 오히려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교 현장을 더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산과 인사권을 통해 교육감의 철학과 정책을 현장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후보가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고,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검증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우리동네 후보자의 경력과 전과기록을 비롯해 재산·병역 신고사항과 최근 5년간 체납액, 공약 등에 관한 정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policy.nec.go.kr/)와 ‘선거정보’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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