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④ 융합만 하면 만사 OK인가

[기획] 취업난 속 대학, 융합교육에 길을 묻다

작성일 : 2018-08-30 08:28 작성자 : 홍재희 (obliviate@klan.kr)

 

우리나라 대학의 융합교육은 학과와 학과를 결합한 새로운 융합전공 학과가 탄생되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실험적 단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 2010년 무렵 대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융합인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앞 다투어 신설하기 시작했다.

 

<2017 창의ICT융합포럼>

 

이러한 융합교육 과정은 각 대학의 교육방침에 따라 다른 2개 학과 이상을 연계한 융합전공, 연계전공을 제1전공까지 인정하도록 한 학위과정인 융합전공제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7~8년이 지난 지금 융합과정 교육이 이전 두 개의 학위를 취득하는 복수전공이나 1전공, 2전공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부전공 방식, 서로 유사한 2개 학과 이상이 연계한 연계전공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융합교육 아직은 초보적 단계

복수전공, 부전공 방식 크게 못 벗어나

두 가지 이상 전공 4년 내 이수도 부담

 

김진택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융합형 인재란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갖춰야지 단순히 학과와 학과를 결합해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것은 융합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융합전공 학과를 졸업하기 위해 학생들은 주 전공 학점을 모두 이수하는 동시에, 추가로 융합전공 수업을 받고 학점 이수를 마쳐야 한다.

 

이러한 교육방식에서 융합전공 학생들은 두 가지 이상의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일반학과 학생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연세대학교 실험·실습실>

 

송재승 건양대학교 PRIM창의융합대학 융합디자인과 교수는 “융·복합 교육의 취약점은 두 가지 이상의 전공을 4년 내에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며 “4년 내에 두 가지 전공을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융합인재 양성을 준비를 시작해 예술, 문학, 역사, 과학기술 등 모든 과목을 소화할 수 있는 ‘다빈치형 인재’ 양성을 신조(motto)로 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다빈치형 인재’를 만들겠다는 교육에서 벗어나 각자의 전공에서 필요한 부분을 교류하고 상호작용(interaction)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고 있다.

 

<발표수업중인 연세대 학생들>

<발표수업중인 포스텍 발표수업>

 

한건희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는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며 “초기에 융합을 선택했던 학생들은 많은 양의 지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자퇴하거나 낙오(depress)돼 상당히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릇에 많은 물을 담으면 깨지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물을 담아도 깨지지 않는 말랑한 유연성을 가진 그릇 즉,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재 양성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융합을 “우리는 뉴턴(Sir lsaac Newton)과 같은 천재가 나타날 때까지 혁신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각각의 전문성을 상호작용(interaction)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초기 융합교육의 시행착오를 겪은 대학들은 다른 방향을 모색, 틀 안에 짜여진 커리큘럼 대신 학생의 자율성에 맡기고 학교는 가이드 역할을 담당하면서 좀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이끌 AI 전문가 부족

대학·학생은 여전히 취업 이력관리에 치중

 

한건희 연세대학교 교수는 “현재 연세대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융합교육을 실시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사회가 과연 이렇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학생들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AI)이 로봇과 융합하면서 일상생활과 산업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인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가상현실과 소통하는 방법의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전부였으나 지금부터 미래에는 디바이스를 전면적으로 직면하는 시대에 와 있다.

 

디바이스를 이용해 사용자가 요구하면 보일러, 청소기, 밥솥 등과 같은 사물은 시간을 맞춰서 청소기를 돌리고 밥을 하고 보일러를 틀어 놓으면서 사용자의 요구에 답을 하게 된다.

 

<포장공정사진>

 

지난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로봇 서밋 2018’에서 조풍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AI 인재가 5만명이 부족하다”며 “정책과 같이 산학을 연계해 현장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고급 연구인력 590명, 융·복합 인재 2250명을 양성하고, 이후 2022년까지 5000여명 규모의 AI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은 현 교육시스템에 맞춰 학점관리를 하고 취업을 위한 스펙(specification)을 쌓고 있다.

 

한건희 교수는 “교육과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방법이며 이에 따라 행동양식이 맞춰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려면 130~140학점을 이수,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평균 3.7이상의 졸업학점과 다양한 업무능력을 지닌 스펙이 필요하다.

 

이에 대학생들은 학교생활 4년 동안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으로 몰려가 컴퓨터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격증, 전공 자격증 등을 이력서에 채우고 있고 졸업하기 전 취업공부를 위한 휴학은 자연스런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

 

<숭실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지원할 대학과 정원을 감축할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현장중심의 전공교육과정 10점, 권역을 구분한 졸업생 취업률을 10점으로 책정해 평가지표 중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다.

 

김진택 포항공과대학교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교육이 바뀌어도 사회가 책상 밖을 벗어난 학생들을 다시 줄 세우게 되면 융합교육은 무의미하게 된다”며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의 인재를 만들고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역량과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융합교육은 IT나 반도체 등의 단편적인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지식을 공유하고 지식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현장 수요 맞춘 융합교육 중요하지만

순수학문·기초과학분야 살리는 교육과정도 병행해야

 

일부 대학들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몰려 정원감축이나 학과폐지, 학교존폐의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특히, 각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순수과학, 예술분야 등은 점차 대학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A대학의 경우 취업률이 낮은 철학과, 무용학과, 국악학과, 불문과, 독문과 등을 아예 폐지하고, 미술대학의 조각전공, 도예전공, 한국화전공, 서양화전공 등은 통합 운영하고 있다.

 

설자리를 잃은 순수계열 학부들은 하나로 묶어 융합문화예술대학 등의 학과로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순수학문을 탐구하기 보다는 대부분 취업에 맞춰져 있다.

 

미술대학으로 유명한 H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수능시험 성적이나 내신 성적으로 미대에 입학이 가능하다.

 

<숭실대학교 캠퍼스, 분주히 움직이는 학생들>

<포스텍 대학원 연구실>

 

교육부는 미국의 융합교육 과학(S), 기술(T), 공학(E), 수학(M)에 예술(A)을 덧붙여 스팀 교육(STEAM)을 실시하고 있지만 취업과 입시 정책에 맞물려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또 중·고등학교 미술과 음악, 체육은 내신 비중이 낮아지면서 수업시간 비중이 줄었고 담당하는 과목 교사조차 대부분 기간제 교사로 대처되는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는 미국학생들의 낮은 과학·수학 성취도 원인을 흥미도 부족으로 보고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K-12)까지 여러 학문을 융합해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교육부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스팀(STEAM)창의융합교육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 학교 현장은 여전히 창의융합교육 개념과 방식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창의융합교육 도입으로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를 수업에 어떻게 응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융합교육은 창의적 사고력부터 길러야

초등학교부터 주입식 교육 탈피도 과제

초·중등 융합교육 시스템 구축도 시급

 

우리나라 초등학교 수업의 경우, 교사 한명이 예체능 수업부터 과학까지 대부분의 수업을 혼자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교사의 수업방식에 따라 융합교육 진행방법이 달라지며 참관수업 때만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또 지난 2015년 교육개정에 따라 올해는 중학교 정보시간에 34시간의 코딩교육이 의무화됐고 내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17시간 이상 코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포스텍 도서관>

 

코딩이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되자 코딩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이 늘어났고 일부 코딩교육이 단순 암기과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A교사는 코딩교육의 취지는 “문제해결 중심의 사고를 길러 창의적인 사고를 길러주기 위한 것이지만 현재까지 실시해 온 교육방식과 평가방법에 비춰보면 자칫 암기식의 코딩기술만 습득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며 “현재로서 융합교육은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1. 왜 융합형 인재인가

2. 인재양성, 과거 그리고 융합교육 현장

3. 융합교육 성공 모델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4. 융합만 하면 만사 OK인가

5. 융합형 인재양성의 나아갈 길

 

취재 홍재희 기자

<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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