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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⑤ 융합형 인재양성의 나아갈 길

[기획] 취업난 속 대학, 융합교육에 길을 묻다

작성일 : 2018-08-31 09:00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초연결시대다. 인터넷을 포함한 IT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사물이 연결되는 것은 물론, 사물과 사물 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변화하는 사회는 종전과는 다른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IT기술은 디자인과 의학, 금융, 제조, 유통·물류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접목된다. 기계는 더욱 고도화되며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성, 전공의 벽을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 그리고 빠른 학습능력이 새로운 ‘역량’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기존 방식으로 배출한 인재로는 미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과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반성이 세계 각국의 ‘교육 변혁’을 이끌었다.

 

교실과 교과서 밖에 널려있는 지식들을 ‘골라서 얻을 수’ 있게 된 환경이 이런 변화를 더욱 재촉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궁금한 것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서 그에 대한 답을 실시간으로 얻어낸다. 논문은 물론 전문가와 전공자들의 설명부터 영상과 이미지 등 멀티미디어 자료, 일반 개개인의 소소한 의견까지 함께 말이다.

 

 

교실 밖에 널려 있는 지식들 -

YouTube, Google, Wikipedia

 

유튜브와 구글,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인터넷 상의 ‘도구’의 발달로 이러한 일들이 가능해졌다.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 텔레비전)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유튜브’는 매일 1억 개의 비디오 조회 수를 기록하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로, 자신의 관심사와 연관된 맞춤형 또는 카테고리 별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

 

10의 100 제곱을 뜻하는 수학 용어 구골(googol)에서 유래한 구글(Google)은 독자적인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다. 구글은 130개가 넘는 언어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을 통해 정보를 검색한다는 뜻으로 구글 뒤에 -ing를 붙여 구글링이라는 신조어가 보편화 될 정도로 막강한 검색 능력을 자랑한다.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통용되는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이른바 ‘집단 지성’ 사례 중 하나로, 누구나 작성하고 수정하며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2016년 기준 290여개 언어판에 4000만개가 넘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인터넷 서비스들을 통해 얼마든지 손쉽게 모르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제는 이렇게 얻어진 각각의 지식과 개별적인 정보들을 잘 버무려서 얼마나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느냐가 지금 시대가 새롭게 인재들에게 원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기업가 정신 가르치는 나라

전공서적, 강의실 사라진 대학들

 

E-stonia라 불리는 에스토니아가 IT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배경에는 1996년 ‘호랑이의 도약’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에스토니아는 초중고교 전 과정에 기업가 정신 교육을 포함시켰다. 로봇 기초, 웹프로그래밍 등과 함께 전면적인 코딩 교육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는 기본지식까지 가르쳐 구소련 독립 후 뒤처진 국가경쟁력을 만회하겠다는 포부였다.

 

인구 130만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에서 트렌스퍼와이즈, 택시파이, 스카이프 등 세계 굴지의 스타트업체들이 만들어졌다.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는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00달러 안팎이었던 GDP는 2만3000달러로 뛰었다. 인재 양성이 국가를 성장시키는 핵심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의 신흥 명문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올린 공과대학은 이론 수업 비중을 10%까지 낮춰가고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공학 이외의 다양한 지식들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학생들은 전공서적도 없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고, 문제가 닥칠 때마다 스스로 해결해가며 의사소통 능력과 창의성을 키워나간다. 올린 공대 졸업생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굴지의 기업에 가장 많이 취업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가 없는 대학이다. 미국 내에서도 특별한 케이스에 속하는, 이른바 ‘혁신 대학’이다. 기숙사가 유일한 오프라인 건물로, 강의실과 연구실, 도서관도 없다. 세계 각지의 학생들은 15분 가량의 짧은 강의를 보고 세미나 형식으로 실시간 토론을 펼친다. 학생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Active Learning(능동적 학습)’이다. 학생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게 된다.

 

일본 역시 교육 대변혁 중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논술형 문제로 이루어진 대입공통시험(가칭)을 도입하고 2020년 기존 수능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공인 논술형 교육과정인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을 목표로 2015년부터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토론식, 논술식 교육이 주된 IB논술형 교육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수업 모습>

 

변화하는 대학, 변화하는 학생

 

우리는 앞서 학술 성과를 넘어 실용적인 연구로 농생명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의 사례를 살펴봤다.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현장에 적용이 가능한 실무 교육을 통해 사회, 기업이 필요한 ‘실용적’ 인재를 배출해내기 위해 창의성과 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한 수업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학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공학과 디자인, 인문학과 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제품을 완성한다거나,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과 토론하고, 다른 분야의 지식을 접하게 된다.

 

교수 역시 한사람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팀 티칭’이다.

 

각 교수들은 일련의 과정에서 그들이 갖고 있는 전공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부족할 수 있는 경험칙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창의·융합 교육은 다양한 모습으로 각 대학 현장에서 변모하며, 진화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학생들이 사전 학습을 통해 수업시간에 교수와 질의 응답하는 플립러닝(Flip Learning), 우리가 ‘거꾸로 수업’이라 부르는 형태의 교육 방식이다. 교수가 주제와 방향을 설정해주면 학생들이 이를 놓고 토론하는 형태 역시 현재 우리 대학에서도 많이 시도하고 있는 수업이다.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학생 스스로 구성한 후 세부과제를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교수와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높다.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학생이 수업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모르는 것을 묻고, 토의하고, 실험해본다.

 

<토론 중인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과 교수와 학생들>

 

 

취업 혹은 창업 어느 쪽이든

적극적 소통과 협업이 필수!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인가 현재인가 아니면 곧 도래할 미래인가? 사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와 그 실체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에 따른 ‘융합교육’에 대한 방법론과 방향성 역시 제각각이다.

 

여러 사례를 보듯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나라와 대학이 있고,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또, 그러한 곳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우리 대학도 있다.

 

우리 대학들도 저마다의 방법론을 가지고 인재양성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학 자체의 ‘생존’을 위해, 졸업생들의 ‘취업’을 위해, 혹은 산업을 이끌 ‘리더’를 만들기 위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들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현재인 대학이 있고 미래인 대학이 있다. 일률적인 창의·융합 인재상을 설정하고 다시 한 번 틀에 학생들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소수의 뛰어난 인재, 즉 엘리트를 가르치는 대학이 필요하듯이 기초학력과 기본지식을 다져주는 대학도 그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인데 이는 대학별 기능과 역할을 나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다양한 연구과제들을 발굴해 대학에 부여하고 교수와 학생들은 솔루션을 제시하며 사회적 필요에 부응한다. 공과대학은 기업이 사회가 원하지 않는 연구를 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할 때 학점과 어학점수보다 학생이 학교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경험했는지를 면접에서 선별한다. 블라인드 면접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학점이나 어학점수보다 지원자의 경험, 어떤 시행착오들을 겪었는지,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면접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창의·융합교육의 큰 흐름에 ‘능동적인 소통자세와 협업능력’이 그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다른 전공 학생들과 협업을 통해 그 속에서 발생하는 실수와 실패 경험이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과 변하는 환경에 맞춰 그때마다 주어지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길러준다는 이야기다.

 

 

여러 명의 지혜를 모아

한 명의 천재를 넘는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다.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진입한데 이어 이듬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말이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을 과연 언제까지 써먹을 수 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졸업할 때쯤이면 갈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끼는 학과들도 많다.

 

“평생 이걸로 먹고 살겠다? 그건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다” 한건희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 지점에서 바로 융합교육에서 중요한 것 하나가 부각된다. 바로 ‘적응하는 능력’이다. 많은 대학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하는 이유다.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며 ‘배우는 법’을 배운다. 이를테면 과학기술 전공과 인문사회 전공 학생들이 각자의 분야와 지식, 성향을 서로 이해하려는 능력과 태도를 기른다는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과 기술의 접목을 넘어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법 혹은 설득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융합교육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한건희 교수는 “앞으로의 사회는 일부 소수 리더에 의해 계획된 것을 이룸으로써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적이고 창의적이면서 융합적인 성과를 과연 개인 한사람이 이룰 수 있느냐, 그것은 불가능하다. 다빈치, 뉴튼 같은 몇 백 년 만에 한명 꼴로 나올까말까 한 천재가 아닌 이상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다양하게 얽히는 사회 속에서 혼란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문화를 끌어가는 융합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융합교육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과는 정형화된 지식들을 광범위하게 쏟아 붓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결론 끝에 현재의 토론식 수업과 세미나 위주 학과과정을 도입했다

 

한 교수는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교육의 성과물 혹은 결과물은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 있다”며 “어찌 보면 이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됐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이러한 ‘융합교육 실험’을 받은 학생들이 과연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공과대학 학과 만족도 조사에서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상위에 랭크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교육과정, 학과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높다.

 

하지만, 자신의 후배나 동생에게 추천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변의 비율이 낮게 나온다고 한다. 바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교수들이 우려하는 점을 학생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방대학 등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특성화 교육 등 융합교육의 여러 형태가 각 대학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서 가장 최선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교수는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국내·외 대학들의 융합교육 사례들을 돌아봤다. 다양한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습의 교육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기술이나 사회의 변화 속도만큼 교육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의 융합교육이 지금의 ‘실험’ 단계를 넘어 점진적으로 사회와 함께 발전해나감에 따라 이러한 사고방식이 확산되어 문화를 바꾸고 다시 사회를 바꾸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

 

기꺼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인재. 어쩌면 이들이 모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끌어갈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될지 모른다는 기대다.

 


<글 싣는 순서>

1. 왜 융합형 인재인가

2. 인재양성, 과거 그리고 융합교육 현장3. 융합교육 성공 모델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4. 융합만 하면 만사 OK인가

5. 융합형 인재양성의 나아갈 길

 

취재 김경모·영상 박상호 기자

<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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