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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明과 暗-①

1단계 공공기관 11만명 전환 결정… 드러난 문제점은?

작성일 : 2018-06-07 17:15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간 정규직 전환 1단계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2단계, 3단계 추진이 순탄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세 단계를 거쳐 2020년까지 853개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000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한 가이드라인이 각 부처와 지자체에 배포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정부는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는 업무임에도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방관하는 잘못된 고용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향후 국정 운영방향을 함께 내비쳤다.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 등의 차별이 양극화를 초래해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는 현 정부의 인식 아래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는 공공부문과 민간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차별’인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임금격차는 186만 4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70만4000원(91.4%)은 근로자 속성에 따른 차이로 발생하고 임금격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경력의 차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경력이 비정규직의 경력보다 길기 때문에 정규직 임금 수준이 더 높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도 지난해부터 1단계에 해당하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무자 11만6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됐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목표 대비 66.3%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정규직 전환 추진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체 비정규직 근무자 중 정규직 전환 근무자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치는 한 광역지자체는 상시·지속업무에 해당하지 않거나 한시적 업무에 해당하는 근무자 등을 제외하면 전환이 가능한 대상자는 상당부분 전환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반사항이 뒷받침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정책을 몰아붙인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정규직 전환의 핵심사항 중 ‘임금차별’을 해소하려면 결국 비정규직일 때 보다 임금 상승분을 어떤 식으로든 보전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명확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한 기초자치단체 담당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임금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5년간 약 4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기관 330여 곳 가운데 230곳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의 2/3가 경영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일선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시·군 가운데 공무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지자체가 부지기수다.

 

일선 지자체들은 정부에 인건비 지원을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기존에 지급해왔던 파견·용역 수수료 삭감분과 교부세 증가분 등을 활용하라는 두루뭉술한 답변 외에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등이 짊어져야 할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 뻔한 상황에 별다른 지원도 없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건비 항목이 경영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다면 결국 인건비를 줄여야 좋은 평가를 받고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에서 지금의 정책은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임금과 복지에 실질적인 개선 없이 직접 고용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부 기관들은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 근무자들을 따로 모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기존 정규직에 준하는 임금수준을 담보할 수는 없고, 정부와 언론에서는 정규직 전환 숫자를 매번 따져 물으니 나온 자구책이다.

 

이렇게 되면 파견·용역 소속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꼼수’라 비판하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자회사는 임금 규정을 본사와 별도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본사 근무자와 임금 차별을 계속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규직 전환 대원칙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반한다는 논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17개 시도 3개 직종 무기계약직 호봉 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기관별, 직무별로 제각각이다. 같은 분야라도 지역에 따라 최저·최고치와 최초호봉과 최종 호봉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이 바로 지자체간 정규직 전환 속도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한 기초자치단체 담당자는 “같은 직군에서 지자체간 연봉이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표준임금체계가 세세한 직무분석을 통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어려운 방정식일 수 있다. 이것은 최저임금제와도 연계돼있기 때문이다.

 

 

용역업체는 업체대로 할 말이 많다. 공공기관과 용역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정기적인 ‘일감’이 없어지는 셈이다. 계약 종료 후에도 얼마든지 재계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더하다.

 

한시적 업무가 아닌 상시·지속 가능 업무 중 하나인 청소나 시설관리를 맡아온 용역업체가 대표적이다. 계약기간 내 일방적 파기로 인한 보상은 당연한 것이고,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일정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2단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중 9개월 이상 일하고, 향후 2년 이상 지속해서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파견직·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원칙 그대로다.

 

노동부에 따르면 5월 31일 현재 자치단체 출연, 출자기관·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 600곳에 근무 중인 1만 6000여명이 2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이들 중 기간제 근무자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거쳐 오는 10월까지, 파견·용역 노동자는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거쳐 오는 12월까지 정규직 전환 결정을 완료한다.

 

전환 후 무기계약직이라는 명칭은 공무직으로 바뀐다. 복리후생 등 처우개선 사항도 있다. 식비(월 13만원), 명절상여금(연 80만~100만원), 복지 포인트(연 40만원) 등을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소규모 조직이 대부분인 2단계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위 자치단체, 모회사와 공동 전환기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신설하거나 결원이 발생했을 땐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2단계 전환 작업은 앞서 추진되고 있는 1단계 전환 마무리 작업과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행되고 있는 1단계 전환 과정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같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하 기관에 따라 어느 곳은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었거나 결정된 곳이 있는 반면에 용역업체와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이유로 2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기관 소속 근무자도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정규직 전환이 될 신분인데, 임금 상승분과 각종 복지 혜택 2년치를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약정된 계약기간 내 계약을 파기하면 용역업체에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 이런 부분까지 돌볼 여유는 없어 보인다.

 

지휘명령 체계가 흔들린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같은 정규직끼리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일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꼬집는다.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광역자치단체 청소근무자는 “월급이 조금이나마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한편 “아직 시간이 1년 반이나 남았는데 그때 가서 또 뭐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청소근무자가 30여명, 시설관리 근무자 20여명이 소속된 이 자치단체는 용역회사와 계약기간이 만료 되는 2020년에 정규직 전환을 예고했다.

 

이 청소근무자는 “정규직이 되더라도 복지혜택은 제외된다고 들었다”며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요구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엇갈린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필요한 곳이 분명 존재하는데 이것을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의 필요성을 인정할 곳은 인정하되 그 처우에 있어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여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노노갈등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첫 번째 지시로 꼽히는 인천공항공사 사례가 그것이다.

 

직접 고용이 원칙이라 제시한 생명 안전 업무 범위도 회사 측 연구용역은 항공기 운항, 시설 시스템 안전관리 용역 854명을 직접고용 인원으로 해석한데 반해 비정규직 측 연구용역은 4500여명을 직접고용 범위에 넣으며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첫 사례’라 한 것은 이것이 정규직 전환 규모를 비롯해 향후 임금체계, 복지, 각종 수당 등 전방위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앞으로 전개될 ‘을과 을’ 전쟁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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