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통시장 청년상인-② 살아남은 청년 상인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문화’를 꾸며가는 공간

작성일 : 2018-04-26 16:48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전통시장의 위기다. 파 한단, 양파 한 망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집까지 배송해주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이 주차도 편하고 날씨 관계없이 쾌적한 실내에서 쇼핑할 수 있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면서부터다.

 

이런 현상은 ‘더 이상 단순히 뭔가를 팔기만 해서는 시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생존을 위한 변화를 요구받은 셈이기도 했다.

 

전북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이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문전성시 프로젝트(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를 통해 2011년부터 조성이 시작됐다.

 

자개나 냄비, 채소를 파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남부시장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옆, 당시 200~3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드나드는 한옥마을이 바로 그 곳이었다.

 

 

시장 상인들의 반발은 의외로 컸다. ‘장사도 할 줄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분위기만 흐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하현수 남부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처음에는 시장상인들과 청년상인들이 ‘물과 기름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것을 어떻게 융화시키는가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고 말했다.

 

청년몰 사업 초기 당시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상인대학 3개월 40시간 교육과정을 모든 청년상인들은 의무적으로 듣게 했다.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부터 상인으로서의 덕목 등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특이한 것은 상인회 차원에서 시장상인들의 참여도 독려했다는 것이다.

청년상인과 시장상인들이 같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상인회는 워크샵, 단합회, 선진시장 견학 등을 통해 서로 간의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갔다.

 

하 회장은 “시장상인들의 반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시장의 대를 이을 장사꾼들이 많다는데 자부심을 느끼자고 시장상인들을 설득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시장상인들이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데 본인들 자식이나 조카한테 가게를 이어서 시킬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꼬집으며 “‘저 젊은 친구들이 잘 돼서 만약에 밑으로 내려와 우리 남부시장 정식 상인 회원이 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있겠느냐’면서 이해를 시켰다”는 것이다.

 

 

2011년 ‘문전성시’ 사업을 통해 3년 간 도입·정착·활성화 단계로 나눠 매해 1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10개 남짓 이었던 청년점포 수는 7년이 지난 지금 입점 예정인 곳까지 포함해 총 32개로 늘었다.

 

찬거리나 식재료를 주로 판매하던 전통시장 윗 층에 작지만 알찬 청년점포들이 자리 잡은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칵테일 바부터 직접 만든 제품을 파는 디자인 숍, 외국 음식전문점,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에 이르기까지 32개 매장들은 각자 다른 개성들로 손님들의 발길을 끈다.

 

남부시장은 그렇게 지난 7년 간 재래시장의 전통적 모습과 청년들이 꾸민 창의적인 공간이 어우러져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갖춰나갔다.

 

하 회장은 “기존 시장 상인들의 매출은 청년몰이 없었던 때보다 최소 10~20%넘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시장이 활력을 되찾은 것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청년몰’효과”라고 강조했다.

 

남부시장은 전국 최초 청년몰 개장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운영을 시작한 야시장까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일자리 분야 최우수상 수상, ‘전국우수시장박람회 대통령상’을 3년 연속 수상하는 등 다른 전통시장의 ‘롤모델’이 됐다.

 

하지만 2013년 문전성시 지원사업이 끝나자 ‘반짝 성공’에 그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프로젝트를 이끌어오던 사업단이 빠지자 구심점을 잃은 점포들이 하나 둘 가게를 닫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 숱한 청년상인들이 떠났던 다른 전통시장들처럼, 그때의 남부시장 청년몰도 흔들렸다.

 

상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손을 맞잡았다. 사업단이 맡았던 역할을 100% 대체할 수는 없었지만 시장과 각 점포가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역할을 나눠가졌다. 내부적으로 상점 시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손님 응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마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듯이 토론하고, 논의를 거듭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같이 노력해온 것이다.

 

한용무 남부시장 청년몰 공동대표는 “‘서로 잘해보자’ 하는 생각 없이 ‘내 가게만 잘 되면 그만이지’ 하는 사고방식이었다면 안 됐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 대표는 “많은 분들이 각자 가게의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콘서트, 각종 행사 등을 함께 기획하고 공간 활용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오래 전부터 이곳을 지켜왔거나 우리보다 앞서 이곳을 거쳐 갔던 청년상인들이 꾸미고, 만들어 놓았던 것들을 현재의 청년상인들이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청년상인들이 선배 상인들이 남겨놓은 ‘유산’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청년몰에 대해 “하나 하나의 가게들이 각각 우리 청년몰의 컨텐츠고 그것들이 모여 어우러져 청년몰이라는 문화를 만든 것”이라며 “애정을 가지고 공간을 꾸미고 이곳의 문화를 더 발전시켜 나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청년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페인트 칠을 하고 버려진 의자와 테이블을 고쳐 썼던 ‘선배’들이 그랬듯이, 가게에 있는 전기제품 빼고 전부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한 대표의 말에서 자부심과 애정이 묻어났다.

 

남부시장 청년몰이라고 해서 모두 6~7년씩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년도 안 돼서 나가는 청년상인이 여기도 있다. 하지만 7년 전 처음 청년몰이 생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픈멤버’가 아직 세 곳이나 남아있다. 한 대표는 “평균으로 치자면 다들 개업한지 3~4년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다 보니 결혼 때문에 타지로 나가는 경우가 있고, 다른 일을 하려고 장사를 접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건, 장사가 잘 돼서 시내에 넓은 매장을 차려 나가는 경우다. 한 대표 말에 의하면 최근에도 청년몰에 있었던 멕시코 음식전문점, 카페 등 몇 개 청년점포가 이 곳을 정리하고 신시가지나 외부에 매장을 열었다. 한 대표는 “다 이곳에서 5년 이상 있었던 분 들”이라고 귀띔했다.

 

한 대표는 전통시장과 청년상인들이 공생을 지속하려면 장기적인 계획 아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업을 생각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지원하는 주체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줬으면 한다는 말이다.

 

‘청년몰’이라는 공간만 만들어놓고 자리 채우기식 모집을 반복하는 것은 사업을 위한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하현수 상인협회장은 시장상인들의 변화를 당부했다. 옛날 재래시장의 형태로 머물러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이 관광형 시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회장은 “관광객들이 손쉽게 사갈수 있는 걸 팔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남부시장에서 그릇을 주로 팔던 점포 4개는 최근 각기 다른 업종들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 회장은 “상인 한 사람이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장과 청년이 동반 성장하는 남부시장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시장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일까. 한옥마을이라는 좋은 인프라를 잘 활용했고, 상인과 청년 간의 세대차이라는 간극을 줄이려 노력했다.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같이 뛰었다.

 

한 대표는 여기가 정말 성공사례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평균 3~4년 이상 길게는 7년 가까이 꾸준히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모습에서 창업을 꿈꾸는 다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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