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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양파에 부랴부랴 소비촉진 나서지만…

가격파동 때마다 땜질식 처방 반복… 근본대책 ‘요원’

작성일 : 2019-06-26 17:48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양파가 잔뜩 밭에 파묻혀있다. 두 손으로 움켜쥐어야 할 만한 크기다. 한 알 한 알 실하지 않은 놈을 찾기가 어렵다. 진즉에 거둬들여 이곳저곳으로 팔려나갔어야 할 양파다. 빨간 양파망들이 밭 어귀에, 창고에, 길가에,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쌓여있다.

 

따듯한 햇볕과 적당한 비가 전국적인 ‘양파 대풍년’을 만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양파 생산량을 평년보다 12~15% 늘어난 150만 톤가량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고치였던 2014년 158만 톤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 토막난 양파 값에 농민들은 울상이다. 폭증한 생산량에 알이 굵은 상품일수록 값이 싸지는 가격역전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6일 기준 양파(상급) 1kg 도매가격은 435원이다. 지난해 662원보다 34.3%, 최근 5년 평년가 784원보다 44.5%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가격안정 대책으로 농협과 함께 2만6000톤을 긴급 수매키로 했다. 각 지자체들도 부랴부랴 소비촉진 행사 마련에 분주하다.

 

양파 재배면적 12.5%를 차지하고 있는 전북지역은 올해 생산량만 15만 6000톤에 이른다. 전북도는 농협지역본부와 함께 오는 28일 도청 다목적 광장에서 양파 특별판매에 나선다. 이외에도 고창군, 정읍시, 임실군 등 도내 각 시군들도 양파 소비촉진 행사를 추진한다.

 

농민들은 가격폭락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땜질식 처방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반응이다.

 

전국양파생산자협의회 측은 “뾰족한 수가 없다보니 막연하게나마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라며 “물론 상황이 원체 심각하니 얼마라도 팔아주겠다고 나서는 것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시·군 직원들에게 할당식으로 몇 망씩 구매하라는 지시도 내리고 있는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국에서 긴급수매·산지폐기 지원 등을 발표했지만 주산지가 아닌 지역 농가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가격이 폭락했을 때 전남 무안·함양, 전북 고창·익산 등 양파를 전문적으로 짓는 주산지에는 여러 가지 지원이 있는 반면, 이외 나머지 지역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작목 추천에만 그치고 시장이나 판로 개척에는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체계를 개선하는 데에 투자와 고민하는 노력이 농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에 대한 쓴소리도 따라붙는다. 양파 등 농산물의 가격폭락이 반복될 때마다 물량조절과 가격조정 기능 등 제 역할인 경제사업은 뒷전인체 보험예금대출 등 금융사업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다.

 

한 농민은 “공동구매·공동판매를 통해 농민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돌려주는 것이 농협이 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역할 아닌가”라며 “지금의 농협이 과연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양파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농가 지원책이 행정계통과 농협계통으로 나뉘어 추진되는 이원화된 시스템이다 보니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양쪽 모두에게 소외되는 농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나 이런 작물파동 시기에는 관이 주체가 되어 일괄적인 관리를 통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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