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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내몰림 현상, ‘상생가치’ 공유로 풀어야

도시재생사업지 등 임대료 폭등 때는 언제든 쫓겨날 판

작성일 : 2020-02-24 18:19 작성자 : 김경모 (klan@daum.net)

 

그는 “쫓겨난다”고 표현했다.

 

전북 전주시 서학동 예술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곧 이곳을 떠난다. 지난 2년 사이 보증금과 월세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는 “‘요새 경기도 어려워 내리는 곳도 있다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호소에도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공방 한 곳도 높아진 임대료에 짐을 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며 몇 군데 땅을 매입해 주차장도 조성하고 이런 움직임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장사하는 것이 아니잖나”. 또 다른 한 작가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예술촌인데 투잡, 쓰리잡까지 하고 있는 작가들이 월세 때문에 쫒겨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예술마을조차 예술가를 지킬 수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객리단길에서 대표적으로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현상을 경험했다. 도시재생 사업 등 개발과 투자로 인한 임대료 폭등 요인을 잠재하고 있는 몇몇 지역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다.

 

서학동 예술마을에는 내후년까지 모두 17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노후주거지 정비를 비롯해 기초생활 인프라 구축, 근린생활 상가 재생, 마을 정원화 등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다.

 

현장은 “아직 임대료 폭등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분위기다. 한 마을 주민은 “상업 중심 구역인 한옥마을이나 객사와는 달리 대다수가 10평 안팎의 공방과 작업실 등 예술적 공간인 지역 특성상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주민은 “최근 2~3년 간 지가나 건물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갑작스럽게 상업공간이 늘어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현재까지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임대인과 세입자간 상생협약을 이끌어낸 전주시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선거를 앞둔 정치적 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임대료를 10% 내리는 수준이 실질적인 효과도 미미할 뿐더러, 그마저도 일시적인 3개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것.

 

앞서 전주시는 한옥마을, 첫마중길 건물주와 함께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상생협약’ 체결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6년 임대인·임차인 상생협약 체결 권장을 골자로 한 ‘지역상생 협력에 관한 기본조례’제정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물주-세입자 함께 가게’ 1호점은 현재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우선, 관련 규정이 권장사항에 그친다. 조례의 핵심 사항이 대부분 ‘권장할 수 있다’, ‘노력 한다’이다. 개인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어 강제할 수 없는 한계다. ‘임대료의 과도한 인상 없이…’라는 문구에서는 '과도한'이라는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도 모호하다.

 

상생협약에 따른 ‘당근책’도 임대인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는 “차라리 그 예산을 침체된 다른 지역 상가를 지원하는데 쓰라”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페인트 칠, 몰딩 교체 한 번에 수 백 만원씩 들어가는데 리모델링 비용 1000만원 지원하고 나중에 ‘임대료 올리지마’라는 것을 얼마나 수긍하겠냐”는 것.

 

정부가 ‘시민 체감형’ 사업을 독려하고 나서며, 전주시 또한 도시재생을 위해 거점공간을 우선 매입하고 도로정비 등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간 인프라 확충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땅값, 임대료는 뛸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실효성 없는 규정과 임대인의 선의에만 기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예술마을의 한 작가는 “이곳은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 폭등 움직임이 감지된다면 예술가들은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며 “회전율 높은 상점들이 공방 자리를 채우게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한편, 같은 예술마을에서도 임대료를 자체 ‘동결’한 사람이 있다. 한 임대인이 지역 평균 수준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 임대료 상한선을 정해놓고 임차인에게 월세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세상일이라는 것이 사실 혼자 힘으로 다 하는 것이 아니더라”며 “가까운 이들과 함께 서로 돕고 베풀며 이뤄내는 것 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 임대인은 3월 한 달은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좋지 않은 경기 여건에 최근 코로나사태까지 겹쳐 상황이 어려워진 세입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의 성장가능성과 문화예술에 대한 특별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예술마을의 가치를 어떻게 지속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각자 나름의 역할을 고민한다면 좋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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