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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허상’이 된 친환경 산책로

거액 들여 만든 인공물길, 사람대신 차로 넘쳐… 또 수십억 투입

작성일 : 2020-01-15 08:12 작성자 : 김경모 (klan@daum.net)

 

친환경 산책로를 표방하며 만들었던 인공 실개천 일대가 사람도 차량도 통행이 불편한 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14일 오후,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위치한 ‘물의 거리’. 명칭과는 달리 물이 전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실개천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길게 늘어선 주차 차량과 통행차량, 보행자들이 뒤엉켜 혼잡하다. 주차금지 표지판은 여기서 별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걸 보여주듯 파손된 상태다. 깨지고 움푹 패인 바닥 블록이 500m 남짓 짧은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난 2006년 부안군은 34억 원을 들여 이곳을 조성했다. 부안보건소에서 번영로 방향 골목 중앙에 물길을 트고 이를 중심으로 산책로를 비롯해 대형물고기 조형물과 분수가 들어섰다. 인근 지역과는 달리 시내권에 하천이 없어 주민들이 편히 걸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발상이었다.

 

특히, 인공 실개천을 따라 방문객들이 쾌적하게 걸을 수 있도록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본래 취지였다.

 

 

하지만 당초의 사업 의도와는 달리 차량들이 마음껏 통행하다보니 보행자들과 주차된 차량들까지 겹쳐 불편함뿐만 아니라 사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지금 상태로 둬라”, “아예 없애는 것이 낫다” 행정이 별 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는 동안 주민들은 실랑이를 반복했다. 조정역을 맡아야 할 군의회도 “행정이 확고한 소신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시장과 터미널을 오가는 길을 막아버리면 어떡하나”며 두 쪽으로 나뉘며 부딪히기는 매한가지였다.

 

‘물의 거리’ 조성 사업은 당시부터 단체장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수십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이 물길이 과연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주민들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당국은 여기에 또 다시 수십억 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지난달 열린 ‘물의 거리 정비사업 주민설명회’에서는 부풍로-보건소 구간 일방통행 안이 발표됐다. 안에 따르면, 도로 중앙을 일방통행로로 만들고 양쪽을 보행로로 만들어진다.

 

물길의 위치는 현재 가운데 자리에서 한쪽 끝으로 옮겨진다.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안과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안 사이 간극을 메우는 절충안이다. 그동안 설문조사와 공청회, 이장단 회의 등을 거쳐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이를 위해 투입 되는 예산은 26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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