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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코 앞에 주유소, 학부모들 ‘불안’

위험시설 이격거리 50m규정 모호… 사고위험 여전

작성일 : 2018-10-15 16:43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도저히 마음 놓고 어린이집을 보낼 수가 없어요”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A씨는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어린이집 인근에 들어선 주유소 때문이다.

 

A씨는 “아이들의 안전지대인 어린이집 주변에 주유소나 자동세차장이 들어오는데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지자체와 군 의회에 대책을 요구했다.

 

전북 임실군의 한 어린이집 주변에 세워진 주유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주유소는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문을 열었다.

 

주유취급소·석유판매취급소는 위험물안전관리법 상 위험물저장·취급장소에 해당하며 학교나 주택, 병원, 보육시설 등과 일정 거리이상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위험시설로부터 50m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교통사고·화재 등 사고위험과 유증기 노출·악취, 세차기 소음 등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혹시라도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아직 잘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한, “대형 유조차량이 기름을 채우는데 휘발유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아이들이 휘발유 같은 1급 발암물질을 들이킬 수도 있는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방향에 위치한 세차기 소음으로 아이들 낮잠시간 마저 방해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유소 건립이 알려진 시기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앞서 지적한 화재위험을 비롯해 소음 등에 대한 학부모들과 어린이집의 반대가 있었던 것이다. 군 건축·환경계 등 관련부서는 물론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까지 민원이 쏟아졌다.

 

확인 결과 주유소와 어린이집 간의 거리는 50.2미터로, 불과 한 뼘 차이로 규정위반을 피했다.

 

 

군은 반복되는 민원에 난감한 입장이다. “건축법 상 하자가 없어 정상적으로 허가가 난 곳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유소 건립을 추진한 측도 이격제한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설계단계부터 어린이집 경계선으로부터 50미터를 정확히 띄었다는 설명이다.

 

규정 이격거리와 차이가 20센티미터에 불과하다보니 관내 소방서에서도 실사를 나와 여러 번 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불편을 느끼는 민원인의 입장과 의견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우리 또한 ‘제한사항이 없어 적법하게 허가됐다’는 답변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허가, 건축물 사용 승인, 완공 필증이 나오기까지 이격거리를 세 차례나 측정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폭발 위험과 유증기 발생, 교통사고 위협, 휘발유 냄새 등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주유소 간의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관할 구청의 실수로 어린이집 인근에 주유소 설치 허가를 했다가 이후 석유판매업등록신청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정당한 행정처분이라는 2008년 대법원 판례도 있다.

 

지난 2011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유소, 석유판매소 등 위험시설 50m이내에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의 한 어린이집에 대해 이전 시정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2012년도 부산광역시 행정심판 재결례 중 직접적인 위험시설인 주유기나 가장 위험성이 큰 저유조 외벽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지의 시설기준 준수 시정명령 취소 청구 건도 있었다.

 

필지간 거리로 이격거리 초과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격거리 산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이었다.

 

현행 어린이집 설치 시 주유소 등 위험시설로부터 50m이상 거리를 두도록 규정했지만 이격거리 산정기준이 불문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유소 등 위험시설 설치나 어린이집 입지 조건 등을 규정한 관련 법률에서는 거리 규정만 있을 뿐, 정확하게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가 명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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