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편의 등한시한 처사” 對 “이용객 감소로 불가피”
작성일 : 2018-10-10 16:41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지난 추석, 순창터미널에서 광주를 가려고 나섰던 김 모씨는 표를 구하려다 당황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 있었던 직행 노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담양을 들러 가는 버스 편을 이용하라는 매표소 측의 답에 그는 울며 겨자먹기로 경유하는 버스표를 끊어야 했다.
하루 한번 운행하는 직행노선 없어지자
주민들 ‘증편은 커녕 폐지’ 불만 호소
전북 순창과 광주광역시를 오가는 시외버스 직행노선이 폐지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순창-광주 간 하루 단 한차례 운행하던 직행편이 없어지며 주민들의 불편이 늘어났다는 지적과 함께 이용객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순창공용버스터미널에서는 총 33회 광주행 버스가 출발한다. 이 중 오후 5시15분 버스 편이 광주종합터미널까지 가는 유일한 직행노선이었다. 직행 이외 나머지 버스들은 금과면, 금성면, 담양군, 문화동 등 네 개 정류장을 거친다.
김 씨는 “직행노선을 늘려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꾸준히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증편은커녕 기존에 겨우 1회 운행하던 버스 편을 없애버리면 어떡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같은 순창-광주 간 노선에 대한 불만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증편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순창에서 출발하는 이용객 중 담양을 목적지로 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확장 개통한 88고속도로를 두고 굳이 담양을 거쳐 2~30분 이상 시간을 손해 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운수회사의 사정도 있지만 군민 여론을 등한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한다.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광주는 같은 생활권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그 수가 많지 않더라도 왕래하고 있는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관내 여객터미널을 관할하는 전북도청 교통물류도로과에 해당 내용을 문의했으나 “전라남도 소재 버스업체가 운행하고 있으니 전남도 측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타 시도 소관 버스업체 미운행 사유에 대해 답변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강 건너 불 구경 하는 듯 한 대답이다.
최저임금·기름 값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지…
노선 줄이는 판에 증편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
“거 쓰잘데기 없는 걸 뭘 자꾸 물어보쇼? 타는 사람이 없으니까 없어진 것이지”
직행편이 언제, 왜 없어진 것이냐는 질문에 순창터미널 영업소장이 날선 표정으로 대답했다.
창구 위에 정자체로 꾹꾹 눌러 써 붙인 게시물 하나가 붙어있다. 안산·인천행 노선 단축을 알리는 안내문이다.
“지금 광주 직행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여”
매표소 직원이 매출전표 서류철을 내민다. 하루 매출액이 200여만 원 남짓이라는 설명이다. 소장이 처음 이곳으로 왔던 10년 전에는 운수업체 한 곳 월 매표 총액이 9000만원에서 1억이 나왔다. 지금은 그 업체가 2000만원을 조금 넘긴다고 한다.
이는 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줄어든 탓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10분 간격으로 출발했던 서울행 버스편 운행은 5회로 줄었다. 터미널 사무실도 그동안 직원 네 명 중 두 명을 내보냈다.
이날 오전 서울로 출발한 버스 세 대에는 총 12명이 탔다. 버스 당 4명이 탄 셈이다. 매표소 직원이 탑승인원이 집계된 전산 화면을 가리키며 “인건비, 기름 값을 생각해보라, 이게 지금 유지가 되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광주로 바로 들어가는 사람 입장에선 40분이면 가는데 당연히 불만 이겠지만 직행은 빈 차로도 출발해야 된다”며 “버스 회사가 한 두 명 실어 나르자고 노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몇 명이라도 더 태워가는 경유 노선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소장은 “지금 추세로 가면 서울, 전주 노선도 더 줄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심각한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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