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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먹던 小農들, “‘농기계작업단’ 지원 끊지 말아야…”

고령·영세농 일손 보탬, 내년 국비 지원종료 후 사업 중단될까 '우려'

작성일 : 2019-03-22 17:53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도라지밭을 일구고 있는 귀농인 A씨는 지난해 11월을 잊을 수 없다.

 

도라지 채취를 위해서는 포크레인과 트랙터가 있어야 하는데 3일 간 인건비까지 합치면 모두 수백만원 넘는 돈이 필요했다.

 

A씨는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었다. 5년 동안 가꾼 도라지 수확을 포기할 판이었다.

 

그 때 A씨에게 손을 내민 것은 ‘농기계작업단’이라는 것이었다. 70세 이상 고령이거나 재배면적 0.1~0.5ha이하 영세농 등에게 농기계와 인력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A씨는 예상했던 비용 1/3수준으로 수확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는 “소농들에게 농삿일이란, ‘농기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진 돈을 넘겨주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자조했다. 이것이 바로 많은 귀농인들이 농사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

 

A씨는 “시 자체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 이 지원이 끝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소농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이런 사업을 접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농기계비용부담을 안고 있는 일선 농가에서는 “혹시라도 지원이 끊기면 다시 어떻게 하나…”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원시는 지난 2017년 농림부가 주관한 지역행복생활권 공모사업에 선정되며 지난해 9월, '농기계작업단'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남원시는 3년 간 7억9500만원(국·도·시비)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임실군과 순창군 3개 지자체가 함께 참여한 이 사업은 (사)임순남도농인력지원센터가 주축이 됐다.

 

지난 2015년, 농촌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출범한 도농인력지원센터는 인력과 함께 지난해부터는 농기계까지 투-트랙으로 지원하고 있다.

 

도농인력지원센터는 소농들이 농기계작업단을 찾는 이유에 대해 ‘시기’와 ‘비용’때문이라고 답했다.

 

대농에게 작업을 부탁해야 하는 소농들은 작물 심는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농이 자기 일을 먼저 마친 후에야 부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시기가 뒤로 미뤄진다는 설명이다.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대농을 찾아가 아쉬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소농들이 요청 시기에 맞춰 비용까지 저렴하게 작업해주는 농기계작업단을 ‘구세주’로 여긴다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마을단위에서는 한 두 명 있는 50대 후반 분들이 청년층”이라며 “이들 중에는 기계를 가지고 100마지기 넘게 농사를 짓는 소위 ‘대농’들이 많다”고 말했다.

 

소농들 사이에선 대농을 ‘기계쟁이’로 부르기도 한다. 기계를 잘 다룬다, 기계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농기계작업단은 로터리작업에 기본 10만원을 받는 대농에 비해 로터리에 두둑, 피복작업까지 합쳐서 6만원을 받는다.

 

농기계작업단에 따르면 밭갈이·써래질·로터리 작업에 1마지기 기준 4만2000원 선이다. 사설 5~6만원 비해 1~2만원 저렴하다. 이것도 작년까지 3만9000원에서 평당 5원씩 오른 가격이다.

 

특히나 피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난감해하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툭하면 바람이 불어 비닐이 날아가는 탓에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혼자하기 힘든 탓이다.

 

 

농기계작업단 사무실 상황판에는 이달 예정된 작업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작업단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라 널리 홍보가 되지 않았는데도 한 농가 작업이 끝나면 문의와 신청이 쇄도한다” 며 “주변에 처지가 비슷한 농가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업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이 본격 시작된 이후 30농가 6만9305㎡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벌써 25농가를 마쳤다.

 

작업단 관계자는 “어르신들께서 새참도 내주시고 자녀분들한테 감사전화를 받기도 한다”며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한 농민은 “우리 아들도 와서 이렇게 못해줘”라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작업단 관계자는 “국비 사업이 끝나더라도 농기계 사용이 어렵고 운반차량도 없는 소규모 고령·영세농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를 지자체가 꾸준히 이어가려면 결국 자체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관련 조례제정을 통해 안정적 재정 지원 근거도 마련하고 무엇보다 계약직으로 신분이 불안정한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종관 남원시의원(안전경제건설위원장,운봉·인월·아영·산내)은 “자체 예산 수립여부는 농가들이 제대로 수혜를 받고 있는지 분석을 할 수 있을 만한 자료가 쌓인 이후에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점차 고령화 되고 있는 우리 농가에는 필수적인 사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원시는 국비지원 종료 이후 사업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다.

 

시 관계자는 “자체 사업으로 전환하게 됐을 때 기계 구입비 이외 관리비 등도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비 등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기술자 연계도 함께 고려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말 쯤 농가 호응도 등 피드백을 수집, 분석한 후에 필요시 자체 예산을 세우거나, 임실·순창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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