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행정 list

‘전통한지’ 내다팔 곳도, 후계자도 없다

명성은 일본 화지(和紙)에, 가격 경쟁력은 저가 수입산에 밀려

작성일 : 2020-02-10 17:55 작성자 : 김경모 (klan@daum.net)

 

전통한지가 판로와 후계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장기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전통한지의 위기는 시대의 흐름과 수요의 변화에 따라 시나브로 찾아왔다. 한지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 수록한지 업체 수는 이제 20여 곳에 불과하다. 60곳이 넘었던 90년대에 비해 1/3수준이다. 중국의 선지, 일본 화지가 각각 2009년,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지만 우리 한지는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통한지 업계는 “열심히 만들어봤자 당장 팔 곳이 없다”며 “이 업을 이어서 하겠다는 사람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전북 전주시의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지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고된 일”이라면서도 “돈이 된다면 힘들어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 복원사업도 물론 전통한지의 명예를 위한 좋은 시도이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종이는 아니기 때문에 정기적인 소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월급 주고 누구를 쓸 수 있는 형편이 못돼는 영세 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어려운 사정 탓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지금은 한지 홍보 차원에서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건만 뒷받침이 된다면 당장이라도 다시 한지를 만들고 싶다”며 “우리 한지하는 사람들은 우리 전통 방식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판로 확보를 고심하고 있는 한지 업계는 화장문화 확대 등 장례풍습 변화에 따라 한지로 만든 수의(壽衣)에 대한 수요창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주시는 전북대병원과 예수병원 등 관내 주요 병원들과 함께 장례식장 한지수의 도입과 한지 병원물품을 사용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닥나무 재배지, 전북 전주시 왜망실마을>

 

한지 장인의 삶과 전통한지 제조 공정 등을 기록하는 ‘한지장인 아카이브 사업’을 제안한 김남규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은 전통한지의 보존과 계승, 발전을 위해 질 좋은 재료와 시설은 물론, 한지 장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수묵화 전시회에서 전통한지와 수입산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 지 직접 눈으로 체감했다”며 “‘진짜 한지’에 대한 수요와 현장 제작환경의 괴리를 줄여주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묵화가나 공예종이 작가들은 고품질의 한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것이 많다”며 “높은 단가 때문에 생산자들이 펄프를 집어넣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 가격이 너무 비싸다보니 중국산이나 태국산,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지역에서 싼 값에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에 비해 섬유의 짜임새나 밀도 등이 떨어지는 수입산을 써서 만든 한지의 질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통한지제작시설 건립 예정부지, 전북 전주시 서서학동>

 

김 의원은 “수매제도가 필요한 이유”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보존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 왜망실과 중인동 일대 농가에 닥나무 재배를 맡겨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20톤을 수매하기도 했다. 

 

아울러 서서학동 흑석골 일대에 국비25억 지방비 45억 원 등 총 70억 원을 들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전통한지제작시설은 현재 건축 설계 마무리 단계로, 다음 달 중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여러분의 후원으로 케이랜뉴스/케이랜TV를 만듭니다.


전체 최신뉴스

주요뉴스

1/3

핫 클릭

시선집중

1/3

국회/정당

1/3

지방의회

1/3

이슈&이슈

1/3

행복나눔

1/3

실시간 뉴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