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협동·조직 vs 자율·능률·개인, 서로 다른 가치관 충돌
작성일 : 2019-05-30 16:40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신규 직원들 인사는 좀 하고 다닙시다”
최근 한 공무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게시물을 작성한 A씨는 “어린 직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직원들이 요즘 눈에 많이 띈다”면서 “상사가 멀쩡히 앞에 있는데 눈도 안 마주치고 조용히 출근했다가 퇴근할 때 되면 또 조용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개탄했다.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다지만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 이 같은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조직보다는 개인의 생각과 입장을 앞에 놓는 ‘요즘 친구들’과, 예의와 협동을 중시하는 이른바 ‘586세대’간 갈등이다.
야근·주말 특근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극명하다. “꼭 근무시간이 아니더라도 나와서 좀 같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와 희생 개념으로 여기는 윗분들의 분위기와는 달리, 말단으로 갈수록 '시간외 근무' 이상의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수당과 대체휴무를 준다해도 개인 여가시간을 뺏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행정관청에서 관리자급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요즘 들어 더욱 직원들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이 개념 없는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할 말도 상황을 봐가며 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편이 갈라져 따로 노는 등 직원들 간에 벽도 생겼다”고 토로했다.
젊은 직원들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며 반박한다.
지난해 입직한 C씨는 ‘요즘 것들은 말이야, 나 때는 이랬는데’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흔히 말하는 ‘꼰대’의 특징”이라며 “지금 간부급들도 신규 직원이었을 때 철없고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겠나”고 말했다.
그는 “상사 입장에서야 인사 잘하는 직원이 예뻐 보이는 것은 당연할테지만”, 거꾸로 “인사를 해도 잘 안 받는 상사들 또한 부지기수”라는 꼬집었다.
말단급인 D씨 역시 “권위를 세우지 않아도 존경할 만한 상관이라면 알아서 모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인사성이 없는 것은 가정교육부터가 문제가 있는 것”이고 지적하는 E씨는 ‘꼰대’라는 단어에 불쾌감을 표하며 “인사는 둘째 치고 일이나 잘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계장급 공무원들은 과장·국장 등과 신입 직원들 사이에서 진땀이다. 이들은 신입들에게 주로 업무를 알려주는 중간 관리자급으로, “우리 라인들이 제일 힘들 것”이라며 “윗사람·아랫사람 눈치를 다 봐야 한다”고 호소한다. 상관에게는 일을 제대로 못 가르쳤다는 핀잔을 피하면서도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혹시나 자신도 ‘꼰대’로 찍히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 같은 조직갈등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신규 직원들이 많이 들어와 과도기인 듯 하다”며 “조직원들이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상 특정 인물, 기관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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