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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카드 ‘만지작’

군부대 이전과 맞물려 찬반의견 제각각… 市, “검토 중”

작성일 : 2018-09-20 17:18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전북 전주시가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상인과 주민들의 반대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도매시장의 이전 타당성과 현부지 개발 방안 연구를 포함한 ‘전주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방향정립 용역’을 추진 중으로, 그간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이전에 대한 높은 반대여론을 확인했다.

 

김남규 시의원(송천1,2동)은 “전주시가 여러 가지 시장의 기능을 간과한 채 경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곳은 동서남북 각 지역의 모래내시장, 서부시장, 남부시장과 함께 인구 10만이 넘는 북부 지역의 대표 시장”이라며 “중도매인 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이전 반대 여론이 높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시가 군 부대 이전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도매시장 이전을 무마용 카드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도도동 주민들의 반발 여론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위험시설+편의시설 패키지’”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도매시장 이전 안이 강행된다면 의회의 제일 앞자리에 서서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최근 시가 마련한 공청회 자리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배종현 전주청과 판매부장은 “도매시장 상인들 중 이전을 원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왜 군부대 옮기는데 도매시장을 함께 옮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 부장은 “우리 상인들이 대다수 순박한 사람들이지만 이전은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 악물고 칼 물 수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시가 일방적으로 이전을 강행한다면 반대하는 이들이 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도균 전주청과 장장은 조금 다른 입장이다. 개인적 의견은 ‘이전을 찬성하는 편’이라는 것. 김 장장은 “중도매인들 거주지가 대부분 이 근방이라 이전을 꺼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넓고 좋은 현대시설로 만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을 기대하는 상인도 있다”며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전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이전을 두고 상인 개개인과 법인의 의견도 온도차를 보인다.

 

채명수 전주수산 상임이사는 “현재 시설이 너무 노후화돼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부대시설 등 정비가 이루어진다면 이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법인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채 이사는 “하지만 상인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시장 주변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민들도 늘었다”며 “도매뿐만 아니라 소매 비중도 커졌는데 여기서 상권을 형성해온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모험 내지는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공감한다”고 말했다. 시장 이전은 상인들 입장에서 생계의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인들 반대를 넘더라도 부지선정, 기초공사, 수산은 냉동창고도 지어야 하는데..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4~5년 전만 해도 추석 대목이면 입추의 여지가 없었는데 지금 한산한 분위기를 봐라, 당장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사정에서 이전에 신경을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르겄어요, 옮긴다 어쩐다 하던데.. 오래 있던 사람들은 정이 들어서 가기 싫다하겄지.. 시에서 하는 것을 우리가 뭐 어떻게 할 수 있겄소”

 

25년. 이곳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역사를 함께 한 상인은 남 얘기하듯 시큰둥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내 속마음을 내비쳤다. “새 건물이라고 뭐 좋을 것이 있겄어.. 장사가 여기만큼 되려면 또 세월이 많이 흘러야 하것지..”

 

오랜 기간 만들어 온 상권을 뒤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어머니에 이어서 20년째 이곳을 드나들고 있다는 한 산지유통인은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중도매인, 산지유통인, 출하하는 농업인 각자 입장이 다른데 어떻게 다 맞추겠냐는 것이다.

 

그는 “이를테면 완주 등지에서 직접 농사짓는 분들은 이전한다는 위치가 출하하기 편할테고, 납품을 해야 하는 상인들은 지금 있는 자리가 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이어 “우리같이 들고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든 차로 이동하니까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자리 잡고 먹고 사는 상인들은 아무래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겠나”라며 “상인들 반대를 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용역결과가 나와 있는데, 시에서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업내역서 상 용역 사업기간은 이달 2일까지로, 이미 3주 가까이 지났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성급한 예단을 경계했다.

 

김근식 공영시장 팀장은 “전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 방향정립 용역 결과가 9월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도매시장 건은 군부대 이전과는 상관이 없다”며 “별개로 논의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 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패키지’설을 전면 부정한 셈이다.

 

그러면서 “최종용역결과를 보고 그에 따라 방침을 세워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난 1993년 문을 열었으며, 2016년 기준 거래량 연 7만8219톤, 거래금액 1299억 6500만원으로 전주 북부권을 넘어 전북권의 유통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도매시장은 주식회사 2곳(전주청과, 전주수산)과 생산자단체 2곳(전주원예농협협동조합, 전주수협) 등 4개 법인으로 이루어져 중도매인 136명, 산지유통인 640명 등 총 8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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