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지역에서 수 년 간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생활해 온 한 가족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7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 두 사람이 5년 가까이 10평 남짓한 아파트 안에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고 살아오다 지역사회와 복지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나오게 된 것.

이처럼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모으지 않으면 불쾌감이나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행동장애를 ‘저장강박’이라고 한다. 강박에 사로잡힌 이들은 쓰레기도 소중한 물건 다루듯 하며 악취와 곰팡이, 습기 등으로 인한 위생불량 상태에 노출된다. 이 같은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가구가 해당 아파트에만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생활 공간인 본인 집 내부에 모아두는 특성 상 쓰레기 냄새 등으로 인한 민원 등 주민신고가 아니면 드러나기가 어렵다. 저장강박 의심 가구의 숫자 등 정확한 실태 파악이 되지 않는 이유다.

저장강박 가구라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대두되며 각 자치단체들이 이러한 저장강박 가구 지원에 관한 법적근거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의회> 

대구 수성구의회는 앞서 지난달 상임위를 통과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조례안’을 오는 3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한다.

해당 조례는 저장강박 의심가구가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구청장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지원대상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자원봉사자 실비지급 규정도 담고 있다.

지원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긴급복지지원법 상 긴급복지지원 대상자, 통합사례관리 대상자, 그 밖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구청장이 인정하는 사람이다.

김두현 수성구의원은 “저장강박 의심가구가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이웃 간 불화도 줄어 지역사회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부산시 금정구 부곡2동 저장강박 가정 환경정비>

부산지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시 북구가 전국에서 처음 조례를 제정한 이후, 기장군·사상구·동구·영도구·남구·사하구·부산진구·동래구·중구·해운대구·금정구·서구· 수영구가 뒤를 이었다.

이외 전북 군산시, 경기 평택시, 대전 서구 등 기초지자체도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