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 전북 김제시 요촌동 일대 중앙분리대가 설치됐다. 주변 상인들은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들로 복잡한데, 구조물로 가로막히면 더욱 불편해진다”며 반대했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연말 무렵,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앙분리대가 철거됐다. 도로 한가운데 말뚝처럼 중앙분리대가 자리를 잡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원인은 도로 재포장 공사 때문. 중앙분리대가 치워지고, 아스팔트가 새로 깔렸다. 행정당국은 이 구간에 또 다시 중앙분리대를 설치했다.

한번이면 될 공사를 굳이 설치-철거-재설치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탁상행정’,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 퇴임 전에 급하게 추진하기 위한 속칭 ‘날치기’ 공사”라는 의혹부터 “관내 하나밖에 없는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눈초리까지 보내고 있다.

이곳은 왕복4차선 도로가 상가 밀집지역을 지나는 구간이다. 양쪽 끝 차선이 구매자나 거래처 차량들의 주차구역처럼 쓰이고 있어 실제로는 왕복2차선이나 다름없다. 상인들은 촘촘하게 설치된 중앙분리대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철거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시민안전 보호를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공사’라는 답변이었다.

상인 A씨는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예산낭비 공사를 반복하는 막가파식, 불도저식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담당부서에서 도로 재포장 계획을 몰랐을 리 없다”면서 “몰랐다면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당국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주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산낭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일부 인정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다만 당초 중앙분리대가 없었던 해당 구간은 1~2월 경 경찰 측에서 관련 요청이 와서 설치하게 되었고, 그 이후 축제를 앞두고 도로 재포장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며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 앞서 설치되었던 중앙분리대를 폐기하지 않고 도로 공사가 끝난 후 다시 그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설치된 지 3년이 지난 노후된 중앙분리대가 있는 다른 구간은 개량된 모델로 교체하는 작업이 도로 재포장 공사와 함께 이뤄졌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라고 잘라 말했다. 몇 km 되지 않는 구간의 중앙분리대 제작과 유지 보수를 도맡아 하는 것에 큰 이득이 없다는 것. 잦은 파손 등으로 인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중앙분리대 설치를 지양하고 있는 김제시가 해마다 일정 규모 이상 발주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김제시는 지난 2017년 이후 중앙분리대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 있다. 무단횡단 등 사고 방지차원에서 설치를 지향하는 경찰과는 달리 확대에 나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