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운행되고 있는 저상버스가 잦은 기계고장과 일부 기사들의 승차거부 행태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A씨,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인 그는 며칠 전 저녁시간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기다리던 버스가 자신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린 것.

다른 정류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에 나와 버스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 곳에는 장애인 탑승을 알리는 조명 버튼이 있어 내심 안도하고 있던 차였다.

하릴없이 다시 버튼을 누르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는 A씨, 이날 그는 결국 무더운 날씨와 어둠 속에서 휠체어를 끌고 귀가해야 했다. 정류장에 멈춰 선 다음 버스는 슬로프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A씨는 미안한 마음에 결국 탑승을 포기했던 것이다.

A씨는 “이러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보니 이제는 씁쓸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온다”며 “나 혼자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저상버스를 도입한다고 적지 않은 예산을 들였을 텐데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이 외면하고 제대로 슬로프를 관리하지 않아 정작 교통약자들이 타지 못한다면 대체 이것은 누구를 위한 제도이며 누구를 위한 버스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승차거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행정 당국에 요구했다.

전주시는 현재 11개 노선에서 121대 저상버스가 운행 중이다. 전체 시내버스 400여 대 중 30% 가량이다.

시는 지난 2016년부터 평화주공아파트를 비롯해 한옥마을, 전동성당, 객사, 전라북도예술회관, 예수병원 등에 ‘장애인 전용 저상버스 승강장’ 설치를 추진했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버스 탑승이 좀 더 쉽도록 승강장 높이를 낮추는 등의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다.

8일 오전, 평화주공1,2단지아파트 정류장은 바닥 일부가 탑승방향으로 경사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전라북도예술회관과 객사, 예수병원 앞 정류장 등은 아직까지 일반 보도블록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알림버튼은 한번 누르면 정류장 상단 장애인 표지판에 조명이 켜지지만 탑승을 취소하고 싶거나 잘못 눌렀을 경우 이를 소등하는 법을 알 수가 없다. 다시 눌러도 꺼지지를 않는다.

또한, 일부 정류장의 알림조명은 큰 나무나 표지판 등에 가려지는 구간이 있어 기사가 미처 보지 못한 채 지나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휠체어탑승을 위해 버스가 정차하는 동안 본선 교통에 지장이 없도록 정차대가 보도방향으로 움푹 들어간 ‘버스베이’가 제대로 설치된 정류장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전주시 측은 우선 승차거부에 대해서는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 등 영상자료를 통해 위반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법에 따라 행정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와 함께 오는 12일부터 30일까지 관내 모든 저상버스에 설치된 슬로프와 장애인 전용벨 작동여부를 일제 점검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휠체어 슬로프 장착 부위가 하차 대기를 위해 승객들이 몰리는 공간에 위치해 무게 하중을 많이 받는다”며 “평상시 장애인 콜택시나 셔틀버스 등으로 이용객이 분산되어 시내버스 탑승 횟수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기계에 녹이 스는 것들이 아무래도 고장의 원인으로 추정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분기별로 운수종사자 강화와 친절마인드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지도점검을 통해 교통약자들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