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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당근책’ 효과 있을까

노인교통사고 증가 추세에 지자체 잇달아 인센티브제 도입…실효성은

작성일 : 2019-05-09 17:31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전북 임실군의 한 지역농협 앞.

 

연식을 가늠키도 어려운 은회색 구형 승용차가 서있다. 머리가 새하얀 할아버지가 차에 오른다. 여러 번 키를 돌려 시동을 거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상품권을 준다는 이야기를 혹시 들었는지 궁금했다.

 

“올해까지만 하고 이제 그만 할라고…”

 

노인은 짐짓 눈치를 보며 운전대를 쓰다듬었다.

 

<전북 임실군의회 제289회 임시회, 9일>

 

 

임실군의회는 9일, 제289회 임시회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임실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만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를 자진해서 반납할 경우 1회에 한해 20만원 상당의 임실사랑상품권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우나·미용실 쿠폰, 재래시장 상품권… 이처럼 최근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올해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면허 취득·갱신 시 교통안전교육 이수가 의무화되고, 적성검사 주기도 종전 5년에서 3년으로 줄었다. 모두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률과 사망 건 증가 추세에 따른 조치다.

 

앞서 여러 지자체들이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임실군도 지원 근거 마련에 나선 것이다.

 

임실군내 만70세 이상 면허소지자는 약 1800여 명으로, 이 같은 ‘당근책’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나마 일회성에 그치는 10~20만원 수준의 보상이 과연 운전면허 반납을 결정할 정도의 메리트가 되느냐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면허 반납 보상제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다 일회성이고 이벤트성 제도”라고 꼬집으며 “오히려 노인 전용 택시 등 실질적인 운송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상적으로 운전을 잘 하고 있는 고령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반응도 있다. 나이 든 운전자들에게 면허 반납을 ‘압박’하는 듯 한 모양새가 마뜩찮다는 것이다.

 

 

“나이 먹으면 운전 그만둬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자꾸 뭐라 하더만” 농협 앞에서 만난 80대 노인의 말이다. 그는 “늘 40~50km로 다녀서 위험할 것도 없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운전한지 몇 년이나 되셨느냐는 물음에는 좀 전과는 달리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는 “재무시(GMC), 나무 싣고 다니는 십발이(덤프 트럭), 발통 열 개 달린 놈부터 택시, 버스까지 안 몰아본 것이 없는데 60년 넘게 사고 한번 내질 않았다”며 “지금 내 눈이(시력이) 0.7이여”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실군 관촌면의 한 60대 중반 남성은 “돈 몇 푼 받자고 그거 신청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나도 당장 70살 넘는다고 해도 아직 쌩쌩하다고 생각되면 운전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면허 반납 인센티브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도 작지 않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인센티브 제공 등 적극적인 독려에 나서자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반납 건수는 해마다 배 이상 늘며 지난해 1만 명을 넘겼다. 경찰청에 따르면 면허 반납자는  2017년 3681명, 2018년 1만 1916명, 올해는 4월말 기준 1만 1656명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면허 반납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부산시에서는 지난해 5000명이 넘는 고령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전을 ‘졸업’했다. 부산시 고령운전자 유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최근 5년간 70명을 웃돌았지만 작년에는 45명으로 줄었다. 42%, 절반에 가까운 감소다.

 

부산시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기초인지검사 등 운전면허 컨설팅을 거쳐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사랑카드 발급, 교통비 지원, 의료기관이나 음식점·안경점 등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지난 3월, 서울시에서는 10만원이 충전된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운전면허 자진반납 지원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3000여명이 신청했다. 서울시는 신청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지원 대상을 늘리는 등 사업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시를 벤치마킹하는 지자체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충남 천안시가 70세 이상 운전자 1인당 10만원이 충전된 노인 무료환승 교통카드를 지급한다. 아울러 보험증서 등을 통해 실제 운전 여부가 확인되면 3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아산시도 10만원 상당의 아산사랑상품궈을 지급한다.

 

이달부터는 강원도 강릉시가, 전남지역에서는 곡성군이 이달부터 만65세 이상을 대상으로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원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이미 부산시를 비롯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면허증 자진 반납 인센티브 제도는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과 감소에 실효성있는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고령운전자가 면허 갱신 후에라도 스스로 인지능력을 고려해 면허증 반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버지 천천히-백세인생 파이팅’.

 

80대 노인이 쓰다듬던 운전대 옆 손바닥만한 노란 종이에 씌여있던 글이다. 안전운전을 기원하며 부적처럼 아들이 써붙여놓은 것이다.

 

한편, 임실군의회는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고령운전자 안전운전조례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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