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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대접 받던 군 부대, 이젠 지자체간 모시기 경쟁

7일, 35사단 신병수료식 순창서 열리자 임실군 ‘황당’

작성일 : 2018-11-07 17:30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홍.길.동. 이병 진급을 명 받았습니다! 충성!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 편에서 이를 지켜보는 한 중년 남성의 표정이 밝지가 않다.

 

7일, 전북 순창군 공설운동장에서 육군35사단 신병수료식이 개최됐다.

 

35사단이 전북 임실군으로 주둔지를 옮긴 지난 2013년 이후, 줄곧 임실에서 열렸던 행사다.

 

지난달 중순 경, 수료식을 한 달여 앞두고 임실 관내 펜션 등 숙박업소에 취소 전화가 줄을 이었다.

 

으레 임실에서 행사가 열릴 것으로 생각하고 미리 예약을 해뒀던 가족들이 부대로부터 장소와 시간 등이 적힌 수료식 안내문을 받은 직후였다.

 

임실군 측은 상인들로부터 "이게 어찌된 일이냐"는 문의를 받고서야 신병 수료식 장소가 순창으로 결정된 것을 인지했다.

 

이후 임실군과 의회, 상인 등이 35사단을 항의 방문했다. 사단 측은 임실군과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장소 변경을 추진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임실군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35사단은 “전북도내 위수지역인 순창군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지역 화목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순창군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임실군 상인회 등 민간단체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순창군은 이번 행사를 위해 장병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한편, 강천산군립공원 무료 입장과 고추장 민속마을에서 상품 구매 시 10%할인 혜택을 앞세웠다.

 

순창군 관계자는 “이번에는 개최가 급하게 결정돼서 숙박이나 음식점 등 할인혜택에 관한 협의가 미처 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추가로 예정된 수료식은 없고, 내년에 좀 더 혜택을 확대해서 35사단 측에 제안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야 계속 순창에서 유치하면 좋겠지만 35사단 입장이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실군 상인들은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심정이다. 한 번 더 수료식을 빼앗겼다간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이라도 들 기세다.

 

임실군여성단체협의회는 사정상 수료식에 가족이 참석하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고 식사 등을 함께하는 부모 역할을 자청한 적도 있었다.

 

“순창군이고 35사단이고 이건 임실군민들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수료식 행사장을 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남성, 백기용 임실전통시장 상인회장의 말이다. 그는 이날 분한 마음에 행사가 어떻게 치러지는지 직접 보러 순창을 찾았다.

 

백 회장은 “부대이전 때문에 일어났던 지난한 갈등이 채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실군민을 배제한 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서 “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임실군민과 군수, 나아가 군 전체를 무시한 처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민 임실군 애향운동본부장은 “그동안 임실군과 35사단도 각자 서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인회장 중심으로 민간협의체를 구성, 35사단 측과 좀 더 유대관계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령부와 신병교육대가 임실에 위치한 35사단은 전북 전역에 걸쳐 예하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신병수료식은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본인이 복무하게 될 자대 이동 전 갖는 행사로, 입·퇴소식과 함께 부대의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이 날 수료식에는 장병과 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신병수료식이 열리는 날은 장병과 가족들로 인해 주변 숙박·요식업들이 ‘반짝 호황’을 누릴 뿐만 아니라 임실군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기회가 되었다.

 

임실군 상인들은 이번 일을 두고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4년 넘게 한 지역에서 진행한 행사를 갑작스레 인근으로 옮겨 치른 이유에 대해 갖은 추측이 오고 간다.

 

지난해에는 28사단이 수료식 장소를 기존 파주 적암리에서 연천군으로 옮기자 상가번영회가 항의하는 한편, 사단장 학연 의혹 등이 제기된 사례가 있다.

 

한편, 영외 신병수료식은 지난 2012년 7사단이 전군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3사단, 6사단이 잇달아 시행에 나섰다. 수료식 행사 종료 후 영외면회 시간을 부여, 가족들과 함께 식사와 주변 관광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며 점차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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