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행정 list

‘젠트리피케이션’ 폭탄 돌리기, 다음은 어디?

지역 개발→자본 투입→임대료 폭등 악순환

작성일 : 2018-03-21 10:26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도시재생사업 등 구도심 개발 사업 이후 예상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확산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느 한 지역이 개발되면 어떤 식으로든 자본이 투입되고, 이는 곧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원래 살던 사람이나 처음 가게를 냈던 상인들이 터전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이 일부 지역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막아낼 마땅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비슷한 상황이 또 다른 곳에서 발생할 기미가 보여도 말이다. 


 

‘객리단길’ 내가 지어준 이름인데…

젠트리피케이션? 여기가 바로 거기다

 

전북 전주시 다가동에 위치한 이른바 ‘객리단길’은 독특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갖춘 가게들이 많아 최근 1~2년 사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아졌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거주하며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 많이 회자되고 있는 ‘객리단길’이라는 단어를 내가 처음 만들었다” 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한 청년사장에게 일본식 주점 자리를 중개해줬다. 객리단길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그때 그 일본식 주점이 월세 60만원을 주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지금 120만원으로 올랐다”고 그는 말했다. 임대료가 두 배 오른 것이다. 그는 기자보다 먼저 ‘젠틀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신문, 뉴스에서 나오는 ‘젠틀리피케이션’ 있지 않나, 그게 바로 여기다”

 

그는 “재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2년 전에는 최고 비싸봤자 대로변 평당 200만원 하던 곳이 지금 1000만원까지 가는 곳도 있다”며 “4~5배 이상 가격이 뛰는 것이 여기서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가임대료인상율이 9%일 때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5%로 낮아진들 의미가 있나”고 꼬집었다. 임대료 인상을 5%로 제한한 것을 골자로 지난 1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1~2년은 어떻게 꾸려나가겠지만 이런 식으로 나가면 거품이 빠지고 예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라고 전망하며 “내가 별명을 붙인 곳인데.. 시장이 흐려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근처에서 10년간 손님들의 머리를 만져온 한 이용원 사장은 “높아진 임대료 부담에 벌써 몇몇은 가게를 접고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고 귀띔했다.

 


 

상생에 대한 공감과 이해 당부 할 뿐…

‘권고’, ‘권장’만으로 해결 되나

 

전주시는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전주역 앞 첫 마중길 조성사업 이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2016년 첫 마중길 주변 상가와 ‘상생협의회 협약’을 맺고 지난해에는 ‘지역상생협력에 관한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제대로 된 대책을 미처 세우기도 전에 이미 임대료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버린 한옥마을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문제는 ‘상생협의’와 ‘조례’ 등 현 상황에서 내놓은 방안들이 당장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상권이 활성화되는 경우, 상가건물 임대인과 임차인사이에 상생협약 체결을 권장할 수 있다’

 

전주시가 지난 2016년 말 제정, 공포한 ‘지역상생 협력에 관한 기본 조례’ 내용 일부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내놓은 이 조례의 대부분 항목은 이처럼 ‘권장’ 내지는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임대인의 권리를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개인 재산권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상 특정 매장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한옥마을 - 신시가지 - 객리단길, 다음은?

도시재생사업 등 시내 곳곳 임대료 폭등 요인 잠재

 

뉴딜사업으로 공공자본이 투입되는 곳은 젠틀리피케이션이 우려되는 1순위 지역이다. 전주시의 경우 뉴딜사업에 선정된 서학동 예술마을이 개발 이후 건물 값과 임대료가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각종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생협약을 통해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전주시의 고민도 깊어진다.

 

시도지사가 조례를 통해 관할 구역 내 지역상생발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인의 증액 청구권에 대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특례 마련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자체에서는 건물주나 임대인들이 상생에 공감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규제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상권이 형성될 때까지 우선 저렴하게 임대를 주고 1~2년이 지난 후에 시세에 맞게 올려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임대인들의 목소리도 흘려들을 수는 없다. 

 

<사진상 특정매장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장의 의지?

‘서울시 성동구’ 모델, 규제 강화 의견도

 

김진옥 전주시의원은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단체장의 의지”라고 단언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 성동구의 사례를 들며 “법률이나 조례 등 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며 “하지만 관건은 행정기관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보다 적극적인 규제를 주문했다.

 

김 의원은 전주시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에 대해 대법원이 적법 판결을 내린 사례를 거론하며 “지자체가 개인 재산권 침해로 인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며 “법원이 공익적 목적과 취지에 공감한다면 임대인의 손만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역공동체와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고 임대료상승억제구역인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고시하고 있다. 이 조례는 지역상권 생태계를 위협 할 수 있는 대기업 프렌차이즈나 대형마트 등의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성동구의 이 같은 실험은 비록 초기단계지만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동구가 지난해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결과 2017년 상반기 상가임대료 평균 인상률이 3.7%로 2016년 17.6%대비 13.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전주시도 ‘성동구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마중길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 개발이 진행되고 난 후 예상되는 임대료 폭등과 원주민 이주를 막기 위해 좀 더 강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전주시의 경우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팔복동, 선미촌, 금암동 등 여러 곳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폭탄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주시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다.

*여러분의 후원으로 케이랜뉴스/케이랜TV를 만듭니다.


전체 최신뉴스

지금뉴스

1/3
  •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핫 클릭

1/3

시선집중

1/3

이슈&이슈

1/3

인물

1/3

나눔마당

1/3

포토/영상

1/3

오늘의 날씨

  • 04.18 목

    강원도

    /14°

    11℃

    구름 많음

  • 04.18 목

    경기도

    /11°

    7℃

  • 04.18 목

    경상남도

    /14°

    12℃

    흐림

  • 04.18 목

    경상북도

    /16°

    12℃

  • 04.18 목

    광주광역시

    11°/16°

    9℃

    구름 많음

  • 04.18 목

    대구광역시

    /15°

    12℃

  • 04.18 목

    대전광역시

    10°/17°

    7℃

    흐림

  • 04.18 목

    부산광역시

    10°/15°

    14℃

    흐림

  • 04.18 목

    서울특별시

    /13°

    8℃

    흐림

  • 04.18 목

    세종특별자치시

    10°/16°

    8℃

    흐림

  • 04.18 목

    울산광역시

    /15°

    14℃

    흐림

  • 04.18 목

    인천광역시

    /11°

    6℃

    흐림

  • 04.18 목

    전라남도

    10°/15°

    10℃

    흐림

  • 04.18 목

    전라북도

    10°/16°

    7℃

    구름 많음

  • 04.18 목

    제주특별자치도

    12°/18°

    13℃

    흐림

  • 04.18 목

    충청남도

    /15°

    6℃

    흐림

  • 04.18 목

    충청북도

    /1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