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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지방의회가 바로 서려면

[기획] 지방의회 이대로 좋은가

작성일 : 2019-10-07 17:12 작성자 : 김경모 (klan@daum.net)

 

 

<편집자 주>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한참이다. 지방자치가 그동안 나름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평과 달리,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쓴소리도 있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추문은 지방자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지방의회가 과연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지방자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지방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하루 빨리 정당공천제가 없어져야 우리나라에 진짜 민주주의가 뿌리 내린다”

 

지난 8월 A 전 대전서구의원이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며 내뱉은 일성이다.

 

지난해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불법선거 자금을 건넨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금품요구뿐만 아니라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정당공천제 때문에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민만 바라보는 소신 있는 의정을 펼쳐 달라”는 당부를 동료의원들에게 남기기도 했다.

 

 

 

‘누구’를 뽑느냐

당이 아니라 ‘주민’을 보는 사람

 

지방의회 바로서기에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정당공천제 폐지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의 공천을 없애 지방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의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치와 지방의회의 단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당공천제가 ‘깜깜이 선거’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지방선거는 정책이나 인물이 아니라 정당 간 대결 구도 양상이 굳어지다보니 ‘누가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았나’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당과 기호만 보고 찍는 투표 관행이 악순환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지방의원이 소속정당과 당협위원장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를 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원인 한 가운데에 정당공천제가 있다는 것.

 

국민주권실천시민운동연합 김명환 상임대표는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공복이 당리당략에 빠져 높아진 국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조차 부족한 인물이 당에 잘 보였다는 이유로 의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부조리와 비리가 만연한 정당공천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이 끝이 아니다

의원도 ‘공부’해야…

 

김 대표가 꼬집은 바와 같이, ‘지식과 소양이 부족한 인물’이 지방의회에 들어온다면 이후 나아지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재로선 이들의 부족한 역량을 높여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다.

 

각 의회가 ‘교육’이라고 시행하고 있는 것은 개원에 앞서 오리엔테이션을 하거나 연 두 세 차례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교육을 하는 정도가 고작으로, 지방의회 의원 및 직원 대상 교육 연수는 지방의원과 전문위원 연 1회, 일반 직원은 연 0.6회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3일 이내 교육이 89.4%다.

 

현재 지방의회 대상으로 한 교육 연수형태는 공공교육연수기관 및 민간기관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공공교육연수기관은 국회의정연수원과 지방자치인재개발원밖에 없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점차 커지며 지방의원들의 전문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체계와 시설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지난해 3월 국회 이용호 의원은 지방의정연수원 설립근거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전문영역 외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교육시스템이나 지원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방의회 의원과 의정 지원인력 등 지방의회 구성원들에게 다양하고 전문화된 맞춤형 교육과정 지원을 통해 지방의회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이유를 밝힌 바 있다.

 

교육기관인 지방의정연수원과 함께 상시 행정지원 조직도 설립하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국회 송기헌 의원은 지난해 8월, 지방의회에 자치 입법, 정책 및 재정 등에 관한 사항을 조사·분석·평가하고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등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구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마땅한 교육 체계가 없다보니, 지방의회에서는 개원을 앞두고 초선의원들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외부 강사나 선배 의원 등을 초빙해 강의를 듣는 등 개별적 공부가 전부다.

 

한 전직 광역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다른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의원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행정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수행이 가능한 일”이라며 “누군가는 이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5분 발언, 업무보고에 질의서마저 본인이 직접 다 써야되고, 일정관리, 건의를 하고 싶어도 지방의원은 혼자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구조 지역 행사 쫒아 다니다 보니 너무 바쁜 시간 속에서 제대로 된 의정활동 하기 어려워 본연의 역할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의원들 많다”며 ‘지방의원 보좌관 제도’ 또한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들은 내가 뽑은 의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저 안 좋은 일로 뉴스에 나온 적 없고, 이따금씩 어디에서 무슨 상을 받았다며 신문에라도 나오면 ‘잘하고 있는가보다’ 짐작만 할 뿐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의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더불어 이들을 평가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방의원을 평가하는 기준을 보다 투명하고 명확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 “집행부 감시와 조례 제정이라는 지방의원의 두 가지 큰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어떻게 정책적인 감시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예산낭비를 집어내고 있는지,주민 생활에 밀접한 조례들은 어떻게 만들고 개선하고 있는지 이런 활동들을 면밀한 기준으로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배지’

주민들이 잠시 빌려준 것

 

유명무실해진 지방의원 주민소환제를 개선·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공무원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거나 직권을 남용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지역주민들이 투표를 거쳐 공직을 떠나게 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제정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주민소환법)’에 따라 2007년 7월부터 선출직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소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민소환제 시행이 시작된 해에 경기도 하남시의원 2명이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지난 12년간 이 제도로 의원직을 잃은 사례는 전무하다. 실제 주민소환 투표가 치러진 것도 두 차례에 불과하다. 주민소환투표 발의 요건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우선 시기적으로 임기 개시일로부터 1년 미만, 임기 만료일로부터 1년 미만, 주민소환 투표 시행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주민소환 투표를 시행할 수 없다. 안정적인 행정 운영을 위해 남용을 방지한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유권자의 20%의 서명부가 선관위에 제출되어야 한다. 종이에 직접 자필로 성명과 주소를 일일이 기재하는 방식으로, 주민소환투표 요건을 갖추게 됐다면 유권자 3분의 1이상이 투표하여 유효투표 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된다. 지방의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를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앞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접대부를 요구하는 등 추태를 일으켜 전국적인 공분을 샀던 경북 예천군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이 무산된 것에는 이런 지난한 과정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청구 요건을 충족하기 한층 더 어려워 인구 규모에 따라 청구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자서명 도입과 청구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 주민소환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도 개선에 앞서 ‘自省’ 먼저

 

지난 5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서울시의회가 제안한 ‘전국시도의회 책임성·청렴성 강화를 위한 자정 노력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최근 외유성 해외연수를 비롯해 각종 일탈 등으로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자구책이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방의회 위상은 제도개선이나 권한 강화를 요구한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스스로가 책임감 있는 자정 노력을 해야 지방분권과 위상정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결의안에 공무국외 연수 개선, 지방의원 겸직 제한, 영리 행위금지, 의정비제도 개선, 지방의회 정보공개, 지방의회 시설개방, 윤리특별위원회 강화, 의정활동 투명성 강화 등 9개 분야 24개 추진과제를 담았다.

 

‘자정노력 결의’라는 것이 다짐과 구호에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책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어느 방안이 진정 지방의회를 위해, 더 나은 지방자치를 위해 좋은 선택인지를 두고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지방의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되돌아보고 해법을 찾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무관심의 원인은 지방의회에 있다”

 

한 광역시의회 의장이 내린 진단이 처방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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