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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지방의회는 중앙정치의 시녀인가

[기획] 지방의회 이대로 좋은가

작성일 : 2019-09-30 18:02 작성자 : 김경모 (klan@daum.net)

 

<편집자 주>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한참이다. 지방자치가 그동안 나름 발전을 거듭해왔다는 평과 달리,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쓴소리도 있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추문은 지방자치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지방의회가 과연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지방자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지방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내년 총선이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지역 후보자들과 입지자들 사이에서는 지방의원 ‘영입전’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저마다 지연과 학연, 친분, 정파를 따져가며 러브콜을 쏟아낸다.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앞서 ‘지방의원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역 내 인맥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지방의원의 조력은 공천 경쟁, 선거 승리의 디딤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어느 ‘줄’을 잡아야 하나

 

최근 대구지역 광역의원 두 명과 기초의원 세 명 등 모두 다섯 명이 무더기로 의원직을 잃었다.

 

지난달 20일 대법원에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자유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의 불법 여론조사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되어 당선무효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이 폭로한 6·13지방선거 불법 선거자금 사건에 연루되어 자진해서 의원직을 내려놓은 방차석 전 대전 서구의원은 지난달 가진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정당공천제에서는 구의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풀뿌리정치가 중앙정치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모두 금품선거, 공천장사라는 부작용을 동반한 정당공천제, 지방의원 ‘줄 세우기’의 부작용이다.

 

총선이나 대선이 치러질 때면 으레 지방의원들은 사실상 중앙정치인들의 하부 선거조직으로 전락한다. 유력 후보의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에 얼굴만 내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원 동원에 버스 대절, 찬조금 대납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아니라 풀뿌리 선거조직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의회에 드리워진 정당정치 그늘

 

특정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지방의회 원 구성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의장단을 입맛대로 내정하기 일쑤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내부 경선을 거쳐 뽑힌 지방의회 의장, 부의장 후보가 본회의에서 선출될 수 있도록 지방의회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지방의회 원 구성 관련 당 지침’을 각 도당에 내렸다.

 

이에 시민사회에서는 즉각 “지방의회가 특정 당의 도당 의회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원 구성에 대해 정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마치 특정당이 의회를 좌지우지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지방의회 원 구성은 지방의원들의 자율과 자치에 맡겨야 한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방의회 의장 선거 관련 불협화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였지만 정당이 후방지원을 넘어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지역별 정치성향 때문에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특정 정당 일색으로 구성될 경우 구색용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더욱 강도를 더한다. 건전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이런 여건 속에서 지방의원들은 공천권을 틀어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표는 유권자에게 얻어놓고, 충성은 애먼 곳에 하는 셈이다.

 

이는 현역 지방의원들에게도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후보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지방의원들이 가진 딜레마라는 것.

 

한 지방의원은 “지금처럼 정당공천제가 확연히 시행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본인이 속한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당원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천이 곧 당선 등식이 성립하는 지역에서는 더더욱 중앙정치, 당의 눈 밖에 벗어나지 않는 것이 ‘생존 법칙’이 된 것이다.

 

 

공천권이 뭐길래…

 

공천제도가 없던 지방의회 초기, ‘내천’이라는 편법이 횡행했다. 지금처럼 공식적인 추천의 형태가 아니라 ‘공천을 줄 테니 날 따라오라’는 암묵적이고 은근한 ‘거래’였다.

 

‘돈 선거’를 막고, 후보자 검증과 정당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2006년에 도입된 정당 공천제는 어느덧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들을 장악하는 수단이 되었다.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의원 대신, 국회의원에게 잘 보인 의원이 공천을 받는 시스템 속에서 자연히 지역발전과 주민 복리는 뒷전으로 밀린다.

 

지역 현안을 두고 최선의 해결책을 위한 고민 대신 당리당략이 끼어든다. 공천헌금, 권리금은 여전히 지방정치판을 오간다.

 

특히 기초의원은 선거철 ‘심부름꾼’ 역할을 부인하기 어려운 신세다.

 

지난해 전주시의회에서 전북도의회로 체급을 올리며 전북지역 최다선(7선) 고지에 오른 최찬욱 도의원(진북동, 인후1·2동, 금암1·2동). 20년 넘게 지방의회 현장에서 숱한 변화를 직접 겪은 그는 “공천권으로 인해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예속화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는 순수한 지방자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회의원은 입법기능, 지방의원은 생활민원을 주로 맡아 처리하는 등 서로 역할이 엄연하게 다르다”면서도 “당선되면 당장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 후보자의 부탁에 ‘난 못 한다’며 등 돌릴 사람이 사실 어디 있겠나”고 말했다.

 

여러 폐단과 악습, 구태를 낳고 있는 정당공천제를 두고 폐지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다.

 

한 지방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겉으로는 ‘지방의회가 정치권에 예속되지 말고 주민의 대표들이 모인 만큼 지역 살림을 하도록 해야지’라고 하지만 지방의원들을 수족같이 부리며 지역관리도 맡기고 여론 수렴도 쉽게 하는데 포기할 리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주민과 더불어 살고 있는 지방의원들과는 달리, 지역에 뿌리가 없는 국회의원은 지금과 같은 구조가 아니면 의정활동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당공천제 폐지 목소리가 국회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이유다.

 

 

*사진상 특정 정당, 후보자는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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