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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일반고 전환만이 능사인가? 교육자치 확대에서 답을…

[기획] 보(保)·혁(革) 갈등 속에 빠진 자사고(自私高)

작성일 : 2019-04-08 08:57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편집자 주>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에 대한 평가를 놓고 교육계가 시끄럽다. 교육당국과 해당 자사고의 갈등이 학교 동문과 지역사회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시도교육청은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이고, 자사고들은 현행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 그 갈등의 기저에는 수월성 교육이냐, 평준화 교육이냐를 놓고 벌이는 보·혁 교육관이 깔려있다. 자사고를 둘러싼 갈등의 현주소와 문제점, 해결 방향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평등성과 수월성, 교육을 이끄는 두 수레바퀴가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자사고 논란은 단순히 교육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두 진영 논리로 나뉘어 지역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이 진영 논리에 따라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시각차는 극명하다. 입시 위주 교육을 벗어나 고교 서열화를 없애자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한 쪽에선 ‘하향평준화’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당초 목적과는 달리 전반적 학력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이었다.

 

자사고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학교 운영 자율성을 높여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만들어보자는 목적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특권학교’라는 말이 나왔다. 대학입시만을 위한 줄 세우기에 앞장서며 고교 서열화·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 반대편 주장이다.

 

수월성교육에 대한 관점은 ‘학생으로부터 능력을 끌어내는 것’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끌어내고자 하는 대상이 다르다.

 

‘좀 더 실력과 의욕이 있는 학생이 갖고 있는 능력’과 ‘각 개별 학생이 저마다 갖고 있는 잠재력’.

 

비슷한 듯, 아닌 듯 보이는 이 차이가 바로 자사고 폐지 논란을 달아오르게 하는 불씨다.

 

 

 

언제까지 똑같은 교실에서 주입식 교육 할텐가

對 외고·과학고·마이스터고, 제 역할 하고 있나

 

전라북도교원단체총연합회 이상덕 회장은 “획일적인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10점을 받든, 100점을 받든 각자 필요한 것이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교실에 앉혀놓고 똑같이 주입식 교육을 하는데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있나”며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들이 ‘수업 진행을 할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 김형배 정책실장은 “바로 그 수월성교육 필요성 때문에 학교 명칭마저 ‘특수목적고등학교’라 정한 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가 지금까지 제 역할을 해왔나”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특화된 집중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키우라고 만든 학교마저도 입시체제에서 대학을 위한 중간다리로 전락했다”며 “특목고가 취지에 맞게 세워지기는 했지만, 기·승·전·‘입시’로 매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덕 전북교총 회장은 “고교평준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수월성 교육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도 더 더욱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특히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교육 인프라가 취약한 전북지역 현실을 보라”며 “전주시만 하더라도 학원이라도 보낼 수 있지만 그밖에 농어촌 지역에서 학교, 교사보다 더 좋은 자원이 있나”고 덧붙였다.

 

김형배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타 지역 학생이 훨씬 많은 자사고가 ‘지역인재’라는 말을 거론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며 “진정 ‘누구’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라”고 지적했다.

 

전주 상산고가 타 지역과 전북 지역 학생 비율이 8:2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전북지역 자사고 세 곳 중 군산 중앙고. 익산 남성고와는 달리 상산고는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 이런 학교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나

對 사회양극화 주범… 기득권 ‘사다리’ 없애야해

 

이것은 마치 특정 분야와 지역에 투자를 집중, 그것을 발판 삼아 경제적인 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시절에 대한 공과를 논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성장과 분배, 경제정책을 관통하는 두 수레바퀴를 두고 논쟁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전북지역에서 자사고가 갖는 의미는 도내 교육방향을 제시해줄 뿐만 아니라 뒤떨어진 학력을 견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덕 전북교총 회장은 “이미 많은 도내 일반고교들이 자사고 수업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지 않나”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을 보라, 지금 인재전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는 그저 ‘귀족교육’이다, ‘특혜교육’이다 하며 끌어내리기 바쁘다”고 한숨을 토했다.

 

현재 자사고 형태는 특권화된 교육에 앞장서서 일반적 고교 정상화를 무너뜨리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반박도 있다.

 

김형배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은 “이를테면, 전라북도가 소위 SKY 명문대를 많이 못 보낸 것이면 하향평준화고, 상산고가 서울소재 대학을 많이 보내면 상향평준화를 견인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더불어 함께하는 것, 공감하는 것, 협력하는 것. 이런 것들에 가치척도를 두고 교육 공공성 확보와 고교교육 정상화를 통한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기본 관점이자 자사고 설립 당시부터 반대하며 주장해왔던 일관된 논리”라고 강조했다.

 

 

교육정책이 춤춘다… 정권에 따라 교육감에 따라.

일선 학교 책임·권한 넓혀야 진정한 ‘교육자치’

 

‘진영논리에 빠져 해결책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양 측은 모두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있다.

 

김 실장은 “교육정책은 진영과 정치, 선거이슈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문제 제시나 언론 관점이 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자사고 평가 방법이 부당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잘하고 있는 학교를 없앤다’는 식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반발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평가 항목에 정원 20%를 사회적 배려자로 채워야 하기 때문 아닌가”라며 “학교가 응당해야 할 순수 기능조차 해내지 못하면서 ‘자사고 폐지, 일반고 전환’주장을 마치 ‘폐교’로 왜곡, 호도하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아무리 국가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스스로 학교를 운영하니 그것이 교육자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복지국가 방향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그 돈 못내는 아이들은 거기 못 가지 않나”고 힐난했다.

 

또, “자사고가 명문고로 발돋움함으로 인해 경제적 효과, 이미지 제고 등을 누리게 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이 문제를 교육이 아닌 경제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 역시 “정부나 장관이 바뀐다고 교육 논리가 바뀌어선 안 된다”며 “교육은 정치인이 아니라 교육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의욕을 갖고 하려는 아이들에게 국가와 사회가 기회를 주고 지원을 해야지 왜 못하게 가로 막나”며 “교육 문제만큼은 정치적인 논리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강조했다.

 

아울러 “고등학교만큼은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이것은 학생과 학부모 선택권을 보장하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구성원들이 저마다 교육철학과 이념을 가지면 거기에 맞는 학생들이 와서 공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에게 그에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자치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교육자치는 중앙사무 일부를 교육감에게 위임하고 있는 형태로, 그 위임된 권한이 일선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단위 학교가 저마다 자율성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교육감 권한을 일선 학교장에게 넘기고, 학교 자율 결정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 싣는 순서>

1. 수월성 교육이냐 평준화 교육이냐, 끝나지 않은 갈등

2. 자사고들의 반발…학부모·지역사회가 시끄럽다

3. 일반고 전환만이 능사인가? 교육자치 확대에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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