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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明과 暗-②

‘을’의 전쟁 - 형평성 문제에 勞-勞갈등도…

작성일 : 2018-06-16 17:35 작성자 : 김경모 (kimkm@klan.kr)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인천공항공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화 정책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추진되었다는 비판에 자주 인용되는 사례다.

 

공공기관 중 첫 번째로 전환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까지 전환 대상인원 약 9800명 중 10%가 조금 넘는 약 114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지 1년을 넘긴 시점이다.

 

여객·항공 관련 생명안전 업무 2940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서비스·시설유지관리 등 기능적 업무 약 7000명에 대해서는 자회사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직접고용 인원 범위를 놓고 벌어졌던 노사 간의 이견은 지난해 12월이 되서야 겨우 좁혀지며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합의문을 내놓은 이후에도 노사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공사와 비정규직 노조 양 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은 곧 근로자간의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졌다. 직접고용 대상자에 대한 면접과 적격심사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의 의견이 갈린 것이다.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무임승차론’

수십 대 일 경쟁 뚫고 들어왔는데…

공채 입사 정규직 역차별 논란

 

‘무임승차론’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치열한 공채 과정을 거쳐 입사한 정규직 근로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비정규직들이 아무런 심사과정 없이 정규직 신분이 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정규직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공사는 임시로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타협점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비정규직들이 직접고용과 임금·복지 등의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기싸움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정규직 전환 여부에 따라 공사 내 제1노조가 바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이라 할 수 있는 인천공항공사가 이렇듯 1년이 넘도록 전환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후 전환 작업을 시작하거나 논의에 들어간 많은 기관들이 비슷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3월부터 무기계약직 총 128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이곳 역시 내부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무기계약직들은 ‘차별 없는 정규직 일괄 전환’을 요구했지만, 정규직들은 시험을 보지 않고 정규직이 된 이들에 대해 ‘역차별 없는 공정 임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 직원들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합리적 차이’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공채 출신들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우리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합의 이후  잠시 가라앉은 듯 했던 공사 내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동료 간에 낯을 붉힐 수 밖에 없게 된 처지에 놓여버린 이들, 이것은 을 대 을의 전쟁이었다.

 

 

 

인건비 부담 ‘매년 2조’ 주장도…

재원은 어디서 조달하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공기관은 한 두 곳이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용역 인력인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6700여 명을 고용하려 했지만, 노동계 반발에 부딪혔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도로공사가 이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려 해도 기존 정규직 노조가 형평성의 이유로 반발할 공산이 크다.

 

노노 갈등은 임금을 두고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임금체계 개편안인 ‘직무급제’는 곳곳에서 표류하고 있다.

 

사용자 측은 직무급제가 그동안 노동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반영한 임금체계라 주장하고 있지만, 업무 중요도 등의 이유로 근로자가 임금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노동계 일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공공기관 근무자 입장에서는 직무급제 임금 인상 폭이 호봉제보다 낮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부문 임금체계는 대부분 연차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임금도 오르는 호봉제다. 호봉제를 유지하면 인건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 목표인 20만 5000여 명의 연봉이 1000만 원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연간 인건비만 최소 2조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공부문 인건비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전환 규모가 큰 지자체와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각각 증액된 교부세와 교부금에서 필요 예산을 끌어 쓴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각 기관에서 기존 용역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절감하는 비용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재원 조달 방안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2020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저임금도 비용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

 

특히 2단계 전환 대상에 포함된 기관들은 대형 공공기관이 아니라 지자체 또는 지방공기업들의 자회사들로 경영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2단계 전환 대상 기관 중 100인 미만이 79.2%, 30인 미만도 47.8%에 이른다는 것이다.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는 곳은 35.0%에 불과하고 재원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기관은 41.8%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2단계에도 역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1단계 전환 작업도 현재 ‘난항 중’…

2단계 병행 추진에 3단계까지 밀어붙이면?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이 노사는 물론 노노 갈등으로 나타나면서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 전환주체는 물론, 현장의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진다.

 

지난 외환위기 시절, IMF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기조 아래 대규모 인원감축 이후 인건비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에 대한 불만이다.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공공기관과 공기업 현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1단계 추진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점검하고 임금체계 등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사상생 뿐만 아니라 노노상생 방안도 충분히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 정규직, 비정규직이 저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세밀한 대책 없는 정책 추진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정규직 전환 작업 1단계 과정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2단계를 병행 추진하면서 성급하게 민간위탁 사업인 3단계까지 밀어붙인다면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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