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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② 인재양성, 과거 그리고 융합교육 현장

[기획] 취업난 속 대학, 융합교육에 길을 묻다

작성일 : 2018-08-28 09:00 작성자 : 김경모 (klan@daum.net)

 

 

NT(나노기술), BT(생명공학), IT(정보통신) 등 융합기술이 차세대 기술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10년 전 회자되고 있었다.

 

2008년, 정부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전략 수립을 계획한다. ‘국가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각 부처별 큰 틀의 로드맵이 세워진 이후 후속조치로 교육 정책 또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들의 대학 지원 방안도 차차 마련됐다.

 

이에 따라 2010년을 전후해 융합관련 학과와 대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 때 전국에 600개 가까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이 가운데 30% 가량이 정부 지원이 끝나면서 없어졌다.

 

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 사업,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특성화대학사업 등등…

 

정부가 그동안 주도했거나 현재 추진 중인 대학 관련 사업들이다. 산학 연계 내지 융합 연구·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학과 조정이나 학사 구조 개편에 따른 지원이 사업내용의 주를 이룬다.

 

 

정부 지원금 노린 ‘융합인재육성’ 대학 많아

지원금 끊기면서 상당수 대학 흐지부지?

학과 통폐합 학부제는 다시 학과단위로 복귀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되었다. 상당수의 사업들이 3년을 주기로 만들어지고 없어지며 흐지부지 된 사업들에 대해 일부에서는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학에는 정부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융합인재 육성’이라는 간판만 앞세운다는 비판이, 정부에는 ‘지속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 추진’이라는 비난이 불거졌다.

 

나름의 변화를 꾀하려고 기존 학과를 통·폐합하는 학부제를 시도했던 주요 대학들은 다시 학과 단위로 돌아가기도 했다. 의사결정 구조가 학과 단위로 구축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간 경쟁체제를 통해 성과를 통한 차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러 규제 탓에 변화를 꺼려하는 문화를 비롯해 복잡한 의사결정 시스템 등이 대학 혁신의 발목을 붙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6년,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정책의 하나로 융합전공, 다학기제, 전공선택제, 집중이수제 허용 등 대학 학사제도를 개선하는 안을 내놓았다.

 

각 대학들이 경직된 학사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5월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대학들은 다시 저마다 학과 간, 전공 간 ‘칸막이’를 없애고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진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또 한번 변혁을 꾀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맞춤형 융합교육에 눈 뜨는 전주대학교

슈퍼스타칼리지 가상대학 세워 실용교육 표방

 

전북 전주대학교는 8개 단과대학 60개 학과 기존 교과과정을 그대로 두고 슈퍼스타칼리지라는 가상의 대학을 세웠다.

 

전주대 교육혁신본부에 따르면 슈퍼스타칼리지는 이론교육과 현장적용, 다시 이론교육을 반복하는 이른바 ‘실용교육’을 표방한다. 현장실습, 프로젝트를 학점으로 인정해서 비교과과정을 학점화해 관리를 하는 것이 융합대학의 핵심이다.

 

이 중에서도 농생명ICT 융합전공은 네덜란드의 푸드밸리(식품클러스터)를 모델로, 와게닝겐 대학의 실무중심 교육시스템과 산학연계 과정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혁신클러스터 ‘스마트 농생명’ 분야가 전북도에 추진되는 만큼 좋은 본보기가 되겠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농생명ICT전공은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하림 등 식품·축산 업체와 채용 약정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기업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론과 실무의 격차를 줄여 졸업생들과 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취업률 뿐만 아니라 취업의 질 또한 높이겠다는 계산이 내포돼있다.

 

전주대는 단순히 취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기관, 관련업체와 협력을 통해 실용성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아시아 농생명 연구 허브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슈퍼스타칼리지를 통한 융합교육으로 어떤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 교수는 ‘일 머리’라는 한 단어로 축약해 답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이론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뜻이다. 학과중심의 기존 교육에서 벗어나 실무현장 교육 중심을 향한 방향성은 그렇게 정해졌다.

 

농생명ICT융합전공을 주도하고 있는 이정상 바이오농생명학과 교수는 네덜란드 교육 시스템 저변에 깔린 철학까지 체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자신과 이웃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철학으로, 그것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가진 교육의 ‘목적’이었다.

 

네덜란드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학생'들에게서 찾는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재학생 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의 의견까지 듣는다는 것이다. 평가방법까지도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교육서비스는 ‘교수’가 아니라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전주대의 ‘실험’이자 ‘도전’이 얼마나 시행착오를 거쳐야 안정 궤도에 오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교수진은 융합교육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거칠 충분한 각오가 되어있다.

 

 

융합교육을 통해 지방대 한계를 넘는 건양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프로젝트 성과 가시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할 것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대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대학가의 자조 섞인 전망이다.

 

10년 내 우리나라 대학 절반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대 변화와 산업 현장의 요구에 발맞추지 못하는 경쟁력을 없는 대학교는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본격화될 학령인구 감소 또한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러한 가운데 융합교육을 통해 지방대학교의 경쟁력을 보여준 곳이 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건양대학교다.

 

IF Design Award(IF디자인어워드)는 미국 IDEA, 독일 Red-Dot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며, 그 중에서도 깊은 역사와 높은 공신력으로 인정받는 대회로, 디자인계의 ‘오스카 상’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건양대학교 PRIME창의융합대학 융합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출품한 디자인 프로젝트 2점이 각각 골드와 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건양대는 융합과정을 통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계시키는 역량을 통해 기술적 지식을 배경으로 트렌드를 분석해 나온 결과물로, 5~10년 내로 실제 구현 가능한 디자인으로 인정 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건양대학교는 팀 토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강의실부터 피자 조각처럼 구분된 원탁형으로 교체했다. 3D프린팅 활용 드론 재난구조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도 창의융합대학 프로젝트 교육의 성과다.

 

건양대학교의 창의융합대학 학생들은 리버럴 아츠라는 공통과목을 이수한다. 단순한 교양과목을 넘어 환경이나 장애인 문제 등 현재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놓고 현실적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가 이뤄진다.

 

건양대 역시 ‘현재 교수자 중심 교육으로는 팀 활동,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과 ‘전공자를 뽑아서 다시 교육시켜야 한다’는 기업 현장의 불만에 공감했다.

 

기업에서는 즉시 현장에 투입돼 디자인실, 개발팀, 상품기획 엔지니어 등과도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필요하지만 대학이 내보내는 졸업자들은 기업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건양대 창의융합대학은 사회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입학면접 과정에서 지적역량보다는 문제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학생의 관심분야는 무엇인지, 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 오히려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보다 잠재능력이 더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창의융합대학은 현재 각 학과의 융합프로젝트에 담당 학과 교수들이 참여해서 수행하는 형식으로, 정규 교과수업 외에 비교과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융복합 역량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형 수업중인 건양대학교 학생들>

 

 

창의융합대학 각 학과 교수들 참여

비교과 프로젝트 수업으로 융복합 역량 키워

 

송재승 융합디자인학과 교수는 “2학년 디자인 학과 수업 과제로 ‘식물과의 교감-커뮤니케이션 컨셉’을 제출한 학생이 있었다”며 “본인이 키우고 있는 작은 식물에게 언제 물을 줘야하고 그런 것들을 교감하기 위해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제안한 내용을 IT 수업에서 알고리즘 체계를 만들어 실제 완성품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새삼 나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융합적 사고과정의 결과물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송 교수는 융합교육 과정을 거친 학생들에 대한 의외의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 대기업으로 가서 좋은 활동을 해주길 기대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대학에서 배운 것을 사회적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 이를테면 우리 대학이 논산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이웃들에게 편리한 농기계를 디자인해서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큰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창업을 하거나 작은 기업을 통해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기를 원한다는 말이었다.

 

글로벌 기업 취업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로서 주변에 가까운 이웃들에게 디자인적으로 기여하는 것도 큰 의미라 생각한다는 뜻이다.

 

송 교수가 지도하는 융합디자인학과 학생들은 재래시장 청년상인회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작업 등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재래시장 리모델링 공동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단순히 한 기업의 특정 부서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이 독립적으로 직접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업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면 앞으로 취업이 아니라 창업에 대한 지표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숭실대학교 도서관>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춤인재 양성하는 숭실대학교

ICT유통물류학과 5개학과 프로그램과 연계

벌써부터 국내 굴지 유통회사서 장학금도 내놔

 

숭실대학교에서는 융합특성화 자유전공 하에서 ICT유통물류학과를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고, 올해 2학년부터는 다섯 개 학과 - 경영학과, 벤처중소기업학과, 전자정보학과, 산업정보학과, 컴퓨터학부가 연결되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CT유통물류학과는 이 다섯 개 학과가 합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교육시키는 융합전공학과로,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이 각 학과에 한정된 교육이 아니라 융합된 교육을 시킴으로서 사회의 니즈에 충족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숭실대 측은 벌써부터 다양한 기업, 국내 굴지의 유통회사에서 향후 인재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귀띔했다.

 

기존에 유통이라고 하면 마케팅의 한 분야로서 단순히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유통시킬까에 국한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유통은 IT와 경영이 융합되어서 훨씬 효율적인 소비자의 서비스 시대를 열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드론 활용 배송에서도 유통이라는 큰 둘레 안에서 IT가 접목되어 소비자에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배송시스템, 유통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유통이라고 한다면 ICT를 빼고는 유통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와있다는 분석이다.

 

컴퓨터학부나 전자정보, 경영, 산업정보까지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융합된 인재, 즉 4차 산업혁명에 대비가 된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서비스산업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홍식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제조업이라고 하는 분야에서 서비스 사업이 제조업을 도와줘야하는 시점에 와있다”며 “ICT유통 인재들이 제조업 분야에 뛰어들면 더 많은 취업 군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별히 우리가 관심가지는 부분은 ICT유통물류학과 자체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 과정이기 때문에 향후 대학 졸업 후 자기들이 원하는 직군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큰 임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우리는 지금도 변화하는 중”

토론식 수업·융합세미나 형태 주축

상호작용을 통한 상호평가·상대평가

 

 

연세대학교는 지난 2009부터 융합공학부 신설을 계획했다. 모토는 예술·문학·역사·과학·기술 전 학문에 능통한 다빈치형 인재 양성이었다.

 

학교는 의지를 갖고 출발했지만 시행 초기 몇몇 학생들은 과도한 지식의 양을 소화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는 등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한정된 그릇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 이었다”

 

한건희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 교수의 고백이다. 미술교육, 군사과학… 전쟁사까지. 한 교수는 “지금 돌이켜보면 황당할 정도로 광범위한 지식을 기계적으로 집어넣는 형태의 교육이었다”고 회고했다.

 

한 교수는 “인간이 가진 능력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간과했다”며 “뒤늦게야 깨달은 점은, 학생이라는 하나 하나의 그릇들이 말랑말랑한 형태로 제각각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철학적 변화를 겪은 이후 연세대는 커리큘럼을 계속 바꿔왔다. 좀 더 나은 방식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조금씩 수정을 거쳐 이제는 ‘정착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 교수는 표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교육과정의 핵심은 토론식 수업과 융합세미나 형태라 할 수 있다.

 

한건희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과 교수는 “내 전문분야 이외에 것에 이해하려 노력하느냐, 내 전공을 다른 분야의 사람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고 협업을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과정을 소개했다.

 

융합세미나의 경우 교수는 전혀 평가하지 않고 다른 분야 전공의 학생들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토론 수업 역시 학생 간에 좋은 학점을 받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얼마나 내가 빠르게 흡수하고 내 것으로 소화해내는가가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청중 입장이 된 학생들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 무기명으로 취합된 이 평가자료는 발표자 손에 들려지고, 발표자는 이해하려는 노력과 태도 등을 기준으로 다시 청중을 평가한다.

 

상호작용을 통한 상호평가 형식이다. 한 교수는 “이 점이 바로 다른 토론이나 발표식 수업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가하는 자신도 다시 평가를 받기 때문에 발전적 취지의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한 평가방법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교수는 전혀 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관찰자로 참여할 뿐”이라며 “나는 그저 학생들이 경험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과거사례를 참고로 제시해 줄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상대평가면 이 토론 프로그램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누군가는 좋은 점수, 누군가는 나쁜 점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절대평가로서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면 모두 A를 받을 수 있는 체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융합공학부 2학년 학생 A씨는 “소수인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기의견을 개진하고 반박하는 토론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1학년 때부터 필수 교양 수업시간에 발표식 수업이 많아 학생들끼리 질문과 답변이 반복된다”고 수업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지식 융합 통해 ‘가치 디자이너’ 키워내는 포스텍

숱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벤치마킹 대상

 

포스텍은 연구중심 대학으로, 공학 자체 가치를 추구했던 대학이다.

 

시대가 변화하며 새로운 인재상이 대두되자 이제는 공학자들에게 기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진화 시킬 수 있는 수준의 성찰이 요구되는 것이다.

 

포스텍은 그러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모멘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창공과. 2012년부터 신입생을 받은 창의IT융합공학과를 말한다. 지식의 ‘화학적’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

 

대학 융합교육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받으며 숱한 대학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학과다.

 

창공과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지식을 학생 스스로 쌓아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진화를 시킬 것인가 집중하도록 만들어졌다.

 

자기성장 성찰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자기계발·발견(Personal Growth Statement)부터 진행한다. 새로운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워밍업을 하는 단계다.

 

철학적 기반은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인 인문기술 융합개론으로 다진다.

 

2학년부터는 창공과가 자랑하는 창의스튜디오와 창의IT설계 수업군이 기다리고 있다.

 

김진택 교수는 “창의스튜디오는 인문과 기술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를 현장안에서 구체적인 컨텐츠를 가지고 기획하고 실제 만들어가는 수업, 창의IT설계는 원하는 연구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그에 따르는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우리도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시스템이 되었다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텍에서는 잠재성과 발전가능성이 있는 연구 과제를 발굴해 기업에 제안해 진행하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찍어누르기 식의 연구는 최대한 지양한다는 것이다.

 

수업에서 나왔던 아이템들을 창업 경진대회 등을 통해 기업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여름·겨울 방학기간 인턴 경력을 학점으로 인정해줘서 인턴쉽을 장려한다.

 

김 교수는 “취업·창업만이 최선의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새로운 잠재성을 열 수 있는 여러 방면이 있다는 자신감을 학생들에게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 역시 2012년부터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교수들도 자기방식 연구 교육 방식 과감히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공감하고 합의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교수도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해야 하고 다른 교수와 협업하는 공동 지도체제에 대한 거북함 내지 거부감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대학 안에서의 ‘융합문화’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였다.

 


<글 싣는 순서>

1. 왜 융합형 인재인가

2. 인재양성, 과거 그리고 융합교육 현장

3. 융합교육 성공 모델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4. 융합만 하면 만사 OK인가

5. 융합형 인재양성의 나아갈 길

 

취재 김경모·영상 박상호 기자

<본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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